KCGI '평판실추 임원금지' 공개제안…한진 총수 겨냥한 듯(종합)

입력 2019-01-21 15:19
수정 2019-01-21 15:26
KCGI '평판실추 임원금지' 공개제안…한진 총수 겨냥한 듯(종합)

지배구조위 설치·적자사업 재검토도 요구…"변화 없으면 더 적극적 주주권 행사"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한진칼[180640]과 한진[002320]의 2대 주주인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한진그룹에 지배구조위원회 설치, 적자사업 재검토, 회사 평판을 떨어뜨린 임원 취임 금지 등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KCGI는 21일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한진그룹의 신뢰회복을 위한 프로그램 5개년 계획'을 한진칼, 한진, 대주주 측에 공개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번 제안문에서 KCGI는 ▲ 지배구조 개선 ▲ 기업가치 제고 ▲ 고객 만족도 개선 및 사회적 신뢰 제고 등 3가지 측면의 방안을 제시했다.

우선 지배구조와 책임경영체제 확립 차원에서 KCGI 추천 사외이사 2명과 외부전문가 3명 등 총 6명으로 구성된 지배구조위원회 설치를 제안했다. 이 위원회에 주주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현안에 대한 사전 검토와 심의를 맡기자는 것이다.

임원에 대한 합리적인 평가와 보상체계 도입을 위해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보상위원회를 설치하고 독립적인 사외이사가 참여하는 임원추천위원회도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아울러 준법경영을 위해 회사에 대한 범죄를 저지르거나 회사 평판을 실추시킨 자의 임원 취임을 금지하자고도 제안했다. 갑질 논란 등 각종 일탈 행위로 물의를 빚은 한진그룹의 총수 조양호 회장 일가를 겨냥한 내용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또 기업가치 제고 일환으로 한진그룹 신용등급 회복을 위해 항공업과는 시너지 효과가 낮은 사업 부문에 대한 투자 당위성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이와 관련해 KCGI가 구체적으로 지목한 사업은 만성 적자를 기록 중인 칼호텔네트워크와 LA윌셔그랜드호텔, 노후한 와이키키리조트, 인수 이후 개발이 중단된 송현동 호텔부지, 제주도 파라다이스호텔, 왕산마리나 등이다.

KCGI는 외부 전문 기관의 자문을 거쳐 한진그룹의 경영 효율성, 리스크 관리, 대외 이미지 하락 이슈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을 수립하고 그룹 장기 발전 방향에 대한 종합적이고 다각적인 대책을 세울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룹 일반 직원들로 이뤄진 상설 협의체 조직을 통한 한진그룹의 사회적 책임 기능 강화방안 모색, 임직원 자존감 회복을 위한 '자존감 회복 프로그램' 등도 제안했다.

KCGI는 그동안 한진그룹의 신뢰회복과 기업가치 증대 방안을 조양호 회장 일가와 회사 경영진에 비공개로 전달했으나 이들의 소극적인 태도로 합의에 이르지 못해 공개 제안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KCGI는 한진그룹 계열사의 주식이 저평가받는 이유로 ▲ 대주주 일가의 갑질 행태와 횡령·배임 등으로 대표되는 후진적 기업지배구조 ▲ 합리성을 상실한 계열사 지원에 따른 과도한 부채비율 ▲ 불필요한 유휴자산의 보유와 방만 경영 등을 꼽았다.



KCGI는 "한진그룹은 글로벌 항공사 대비 높은 부채비율로 신용등급이 강등된 상태이고 유가 상승 등 잠재 위험 요소에 대해 관리가 소홀하며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환경에 대한 대응도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낙후된 지배구조로 일반 주주, 채권자, 직원, 더 나아가 국민에게 피해를 야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KCGI는 "이번 공개 제안에 대해 한진칼과 한진의 대주주와 경영진들이 전향적인 자세로 응할 것을 촉구한다"며 "이들의 태도 변화가 없으면 보다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밸류 한진'(valuehanjin.com)이라는 홈페이지에 KCGI의 활동에 동참하기를 희망하는 주주들의 이메일을 받는 코너도 개설했다. 사실상 지분 싸움에 대응해 우호세력 규합과 소액주주의 우호 지분 확보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강성부 대표이사가 이끄는 KCGI는 투자목적회사인 그레이스홀딩스, 엔케이앤코홀딩스, 타코마앤코홀딩스, 그레이스앤그레이스를 통해 한진칼 지분 10.81%와 한진 지분 8.03%를 보유하고 있다.

ric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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