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벤투호 4년 전 데자뷔 부상자 속출…'그래도 결승 간다'
2015년 대회 이청용·구자철 '부상 아웃'…올해 나상호·기성용 중도하차
(두바이=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 나선 벤투호를 보면 4년 전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슈틸리케호와 여러모로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부상자를 비롯해 조별리그 성적까지 4년의 '데자뷔'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2019 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에서 3연승을 거두고 조 1위로 16강에 진출해 한국 시간으로 22일 오후 10시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라시드 스타디움에서 바레인과 8강 진출권을 놓고 격돌한다.
벤투호는 조별리그 C조에서 필리핀, 키르기스스탄, 중국과 차례로 격돌했다. 필리핀과 키르기스스탄을 각각 1-0으로 꺾었고, 중국에는 2-0 승리를 따내며 '3연승 무실점'을 거뒀다.
4년 전 호주 대회에서도 한국은 벤투호와 비슷한 길을 걸었다.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조별리그 A조에서 오만, 쿠웨이트, 호주를 차례로 만났고, 3경기 모두 1-0 승리를 따냈다. 3연승에 무실점을 거두며 올해 벤투호와 똑같은 성적표를 따냈다.
가장 비슷한 대목은 부상자다.
4년 전 슈틸리케호는 오만과 1차전에서 이청용(보훔)이 상대의 거친 태클에 오른쪽 정강이뼈에 실금이 가는 부상을 했고, 호주와 3차전에서는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이 공중볼을 다투다 오른쪽 팔꿈치 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으로 대회 도중 짐을 싸야만 했다.
벤투호 역시 필리핀과 1차전에서 기성용(뉴캐슬)이 오른쪽 햄스트링을 다쳤고, 이재성(홀슈타인 킬)이 오른발 엄지발가락 근육이 손상돼 조별리그 2~3차전에 출격하지 못했다.
기성용은 재활 열흘 넘게 재활치료에 나섰고, 지난 18일부터 팀 훈련에 합류했지만 19일 훈련을 마치고 부상 부위에 통증이 재발하는 악재를 만났다.
부상 회복이 제대로 되지 않은 기성용은 결국 대회가 끝날 때까지 회복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21일 귀국길에 올랐다.
공격수 나상호(광주)는 개막전을 앞두고 훈련 도중 무릎을 다쳐 재활에 집중했지만 결국 경기를 소화할 수 없다는 코칭스태프의 결정에 따라 대회조차 치러보지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갔고, 이승우(엘라스 베로나)가 대체 멤버로 들어왔다.
조별리그를 끝내고 2명의 선수가 귀국하는 상황이 4년 만에 재현되는 안타까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돌아가는 선수의 쓸쓸한 뒷모습을 지켜보는 태극전사들의 승리욕은 4년 전과 마찬가지로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특히 대표팀 선수들의 '정신적 기둥' 역할을 맡은 기성용의 '부상 아웃'은 후배들의 전의를 끓어오르게 만들고 있다.
기성용이 재활에 몰두할 때 선수들은 이구동성으로 "기성용이 벤치에 있는 것만으로도 힘이 된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이런 가운데 기성용이 끝내 부상에 발목이 잡혀 대표팀을 떠나게 되자 선수들 역시 '선배의 몫'까지 뛰겠다는 의지다.
기성용의 대체자인 황인범(대전)은 "내가 가진 것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라며 남다를 각오를 다졌다.
조별리그까지 4년 전과 '데자뷔'를 이룬 대표팀은 이제 지면 곧바로 탈락하는 녹아웃 방식으로 우승 경쟁에 나선다.
4년 전 태극전사들의 승전보까지 '녹아웃 스테이지'에서 그대로 이어받아 결승에 오르기를 팬들은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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