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혈분쟁' 북아일랜드서 차량폭탄 터져…용의자 2명 체포(종합)

입력 2019-01-20 22:37
수정 2019-01-21 13:47
'유혈분쟁' 북아일랜드서 차량폭탄 터져…용의자 2명 체포(종합)

런던데리 법원 앞 피자배달차량서 폭발…경찰, 사전에 대피시켜 사상자 없어

북아일랜드 독립 무장조직 新 IRA 배후 유력…경찰, 용의자 2명 체포해 심문 중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영국령 북아일랜드의 한 법원 앞에서 차량에 설치된 폭탄이 터졌다.

사상자는 없었지만, 친(親) 영국 신교도들과 아일랜드 민족주의 진영 구교도들 사이의 유혈 분쟁의 역사가 완전히 종식되지 않은 북아일랜드에서 폭탄 설치의 배후를 둘러싸고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이 급진 아일랜드 민족주의 무장조직인 '신(新) IRA'(NIRA)의 소행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20일(이하 현지시간) BBC방송 등 영국언론에 따르면 19일 오후 8시 19분께 북아일랜드 런던데리의 비숍 가(街) 법원 건물 바깥에서 차량에 설치된 폭탄이 폭발했다.

폭발물이 터지기 5분 전 경찰은 폭탄을 설치했다는 경고를 접수했고 현장에서 수상한 차량을 발견해 인근 건물 주민들과 호텔 투숙객을 긴급 대피시켰다.

경찰의 긴밀한 대응으로 폭발에 따른 사상자는 나오지 않았다.

북아일랜드 경찰에 따르면 폭탄이 터진 차량은 이날 저녁 인근에서 무장괴한 2명에게 강탈된 피자 배달 차량으로 확인됐다.

괴한들은 폭탄을 터트리기 전에 잉글랜드 웨스트미들랜즈 주의 한 비영리단체에 경고 전화를 했고, 이 내용을 접수한 잉글랜드 경찰이 북아일랜드 경찰에게 즉시 연락을 취했다.

북아일랜드 경찰은 브리핑에서 폭탄이 "조잡한 수준"이었다고 밝혔으나, 주민들의 목격담에 따르면 폭탄의 폭발음은 매우 강력했고, 인근 건물들이 흔들릴 정도였다.

주민 그렉 맥러플린씨는 BBC 인터뷰에서 "굉음이 아주 컸다. 이것이 폭탄임을 직감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하루 뒤인 이날 용의자 2명을 긴급체포해 조사 중이다.

이번 사건이 북아일랜드의 유혈 분쟁을 종식한 1998년 벨파스트 평화협정(굿프라이데이 협정)에 반대하는 무장 세력의 소행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북아일랜드 경찰청의 마크 해밀턴 부청장도 브리핑에서 "용의자들에 대한 심문은 이번 사건이 '신 IRA'(아일랜드공화군)가 배후에 있는지 밝히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번 사건은 분명히 지역주민들을 살해하려는 의도가 있었다"면서 배후를 끝까지 추적할 것임을 강조했다.

신 IRA(NIRA)는 과거 북아일랜드 무장조직이었던 아일랜드공화군(IRA)의 정신을 이어받았다고 자처하는 단체로, 북아일랜드의 신·구교도 간 유혈분쟁을 종식한 벨파스트 협정에 반대해 북아일랜드의 영국으로부터의 독립과 아일랜드와의 통합을 주장하는 급진 무장조직이다. 이 조직은 최근 몇년간 산발적으로 영국을 상대로 무장투쟁을 전개해왔다.

[로이터제공]

2016년에도 북아일랜드의 수도 벨파스트에서 한 교도관이 자신의 차량에 설치된 폭탄이 터져 숨졌는데, 이 사건 역시 '신 IRA'의 소행으로 파악됐다.

북아일랜드에서는 1998년 평화협정 전까지 친(親) 영국계 신교도들과 구교도 민족주의 진영 사이의 유혈 분쟁으로 3천700명이 목숨을 잃었다. 무장조직 IRA도 영국을 상대로 테러와 암살 등의 방법으로 지속적으로 무장투쟁을 벌였다.

이번 사건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의 혼란 국면에서 영국과 아일랜드 간 국경 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르는 등 북아일랜드의 지위를 둘러싸고 다시 긴장이 고조된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혼란 속에서 북아일랜드의 과격 민족주의 진영이 여론을 흔들려고 움직임을 개시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과 EU는 아일랜드 국경에서 '하드 보더'(Hard Border·국경 통과 시 통행과 통관 절차를 엄격히 적용하는 것)를 피하기 위해 미래관계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영국 전체를 당분간 EU 관세동맹에 잔류하도록 하는 '안전장치'에 합의했다.

그러나 일단 '안전장치' 종료시한이 없는 데다, 북아일랜드만 별도 상품규제를 적용받을 수 있어 브렉시트 강경론자와 북아일랜드 연방주의 정당인 민주연합당(DUP)은 이에 반발해 왔다.

북아일랜드와 영국은 긴장 속에 수사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영국의 카렌 브래들리 북아일랜드 담당 장관은 "북아일랜드의 발전을 저해하려는 시도로 이 일의 배후에 있는 소수세력은 북아일랜드의 미래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으며 결코 승리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일랜드민족주의 정파인 신페인 당의 엘리샤 메칼리언 하원의원도 "이번 사건이 지역사회를 충격에 몰아넣었다"고 비판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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