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서 '마천루 만찬'했던 김영철…워싱턴 와선 '호텔 두문불출'
폼페이오와 90분 '늦은 오찬'한 뒤 숙소에 계속 머물러
2박3일 방미기간 대외행보 최소화하고 실무협상 주력
(워싱턴=연합뉴스) 이준서 특파원 = 2박 3일 일정으로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대외 행보를 최소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방미 이틀째인 18일(현지시간) 백악관을 찾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90분가량 면담한 것을 제외하면 사실상 이틀 내내 숙소인 듀폰서클 호텔에 머물렀다.
이날 정오께 호텔을 나선 김 위원장은 백악관을 방문하고 낮 2시께 되돌아왔다. 이어 9층 연회장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90분간 늦은 오찬을 진행한 뒤 줄곧 숙소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위원장을 경호하는 미 국무부 측 요원들은 호텔 주변에 대기했지만, 정작 김 부위원장은 밤늦은 시간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별도의 저녁 일정을 잡지 않았다는 뜻이다.
오후 늦게 워싱턴에 입성한 전날에도 호텔로 직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위원장이 사흘째인 19일 오후 항공편으로 베이징을 경유하는 귀국길에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점을 감안하면, 2박3일 일정에서 만찬 회동은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미국 측 최고위급 인사와 만찬 회동을 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왔지만, 카운터파트격인 폼페이오 장관과의 '90분 오찬'으로 갈음한 것으로 보인다.
뉴욕을 방문한 지난해 5월 비교적 과감한 대외행보를 보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당시 김 부위원장은 뉴욕 도착 당일 폼페이오 장관과 만찬을 했다. 만찬장은 맨해튼 야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38번가의 초고층 빌딩에 마련됐고, 폼페이오 장관이 창밖의 화려한 스카이라인을 김 부위원장에게 설명하는 모습은 상징적인 장면으로 남았다.
일각에선 7개월 전 '뉴욕 회동'과 이번 워싱턴DC 방문의 성격이 다소 다르다는 해석도 나온다.
당시는 미국이 6·12 1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에 경제적 번영 모델을 보여주면서 비핵화를 설득하려는 취지였다면, 곧바로 스웨덴 실무협상으로 이어지는 이번 워싱턴 일정에선 '깜짝 이벤트'보다는 '실질적 담판'에 주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김 부위원장은 오찬 회동까지 포함해 폼페이오 장관과 두 차례 담판을 벌였고, 미국 실무진들도 잇따라 협상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도 장시간 협상장에 머문 것으로 알려졌다.
비건 대표는 오후 6시를 넘겨서야 호텔을 나오면서 "좋은 논의를 했다"고 짧게 언급했고, 곧바로 국무부는 "비건 대표가 19∼22일 스웨덴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이는 스웨덴을 방문 중인 북한의 최선희 외무성 부상과 실무협상을 본격화한다는 의미다.
이와 함께 주유엔 북한 대표부를 중심으로 외교적 활동 공간이 상대적으로 넓은 뉴욕과 달리, 워싱턴DC에서는 자체적인 외부 일정을 잡기가 쉽지 않은 현실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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