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전문가들 "2차 정상회담 성공, 北美 '구체적 합의'에 달렸다"

입력 2019-01-19 13:36
수정 2019-01-19 16:38
美전문가들 "2차 정상회담 성공, 北美 '구체적 합의'에 달렸다"

신중론 속 '비핵화 진전' 강조…"분명한 성과 없으면 리얼리티TV쇼 그쳐" 경고도

'셧다운' 등 국내 정치위기 몰린 트럼프 '통 큰 양보' 가능성 경계

北, 트럼프 약점 역이용 우려…"2차회담 타이밍 北에 유리하게 작용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전성훈 기자 =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18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2차 북미정상회담이 2월 말께 개최될 것이라는 백악관의 발표가 나오자 신중한 태도를 취하면서 구체적 합의와 진전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언적 의미가 강했던 6·12 첫 정상회담 공동성명을 진전시켜 북한 비핵화의 실질적 성과를 이끌어내는데 주력해야 한다는게 대체적인 지적이다.

보수 성향인 미국 국익연구소(CNI)의 해리 카지아니스 국방연구소장은 로이터·AP통신 등과의 인터뷰에서 북미 2차 정상회담이 성사됐다는 것 자체를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향후 비핵화 프로세시의 합의점을 찾는 지난한 과제가 이제 시작됐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양국은 2차 회담에서 외교적 노력을 통해 분명한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그들의 노력은 그저 '리얼리티 TV쇼' 정도로 취급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카지아니스 소장은 이어 2차 회담을 성공으로 이끄는 첫 단계로서 영변 핵시설 폐쇄 같은 북한의 가시적 비핵화 조치와 제재 완화 또는 종전선언과 같은 미국의 상응 조치가 맞교환되는 '딜'을 거론했다.

이 같은 합의가 성사된다면 양측은 협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성과를 갖고 회담장을 떠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 군축협회(ACA) 켈시 대븐포트 비확산정책국장도 워싱턴포스트(WP)에 "2차 회담은 화려한 겉치레보다 실질적 내용에 중점을 둬야 한다"면서 "북한 핵위협 해결을 위한 외교의 창(窓)이 무한정 열려있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신미국안보센터(CNAS)의 크리스틴 리 연구원 역시 포린폴리시(FP)에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외교적 노력이 영원히 지속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이번 회담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협상 성패를 좌우하는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빈센트 브룩스 전 한미연합사령관은 PBS 뉴스에 나와 "김 위원장이 핵무기 포기를 매우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믿는다"면서 2차 회담에 대해 다소 낙관적인 입장을 취했다.

브룩스 전 사령관은 "북한의 과거 행적을 고려하면 받아들이기 쉽지 않겠지만, 우리는 김 위원장의 말을 믿어야 한다"고 밝히고, 그 근거로 "북한의 핵 또는 미사일 실험 없이 415일이 지났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는 "나는 그 자체가 김 위원장이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신호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북한 비핵화와 미국 상응 조치 사이의 넓은 간극을 고려할 때 이번 2차회담 역시 양측이 합의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론이 적지 않았다.

수미 테리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블룸버그통신에 "나는 (2차 회담에서) 어떤 구체적인 합의안이 나올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중앙정보국(CIA) 분석관으로 일한 그는 "김 위원장이 무언가에 합의하라고 요구하는 (미국) 관료들과 만나기를 원치 않는다는 게 명백하고 트럼프 대통령도 주의가 산만해지는 상황을 환영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진보성향의 미국진보센터(CAP) 마이클 푹스 선임연구원은 "2차 회담에서 실질적인 결과가 도출되기를 희망해보자"면서도 "큰 기대는 하지 말라"고 말했다.

리처드 하스 미 외교협회(CFR) 회장은 트위터에 "두 번째 정상회담이 반드시 좋은 뉴스는 아니다. 회담이 얼마나 잘 준비되느냐, 또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에서) 무엇을 요구하고 무엇을 되돌려받을지에 달렸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2차 회담이 시기적으로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등 난맥상이 거듭되는 미국 내부의 복잡한 정치상황 속에 열리는 점을 들어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에서 일방적 양보를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국방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를 지낸 에이브러햄 덴마크 우드로윌슨센터 아시아프로그램 국장은 AFP통신에 "2차 회담에서 뚜렷한 진전이 있기를 희망하지만 김 위원장은 가만히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만 통 큰 양보를 하는 일이 반복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1차 회담 때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에 대한 합의가 나오지 않았음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연합 군사훈련 연기 등 일방적인 양보를 한 것으로 비쳐질 수 있는 결정을 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자신에게 불리한 미국 내 여론을 북한 문제로 돌리고자 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를 북측이 알고 이를 역이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수잰 디마지오 카네기국제평화재단(CEIP)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우리의 정치문제를 매우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북한이 협상 전략을 짜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약점을 최대한 활용하려 할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도 트럼프 대통령이 '성과'를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북한과 '나쁜 딜'을 할 수 있다고 우려섞인 전망을 내놨다.

그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예산을 둘러싸고 촉발된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러시아 스캔들' 특검 수사 등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린 상황을 언급하면서 "2차회담 타이밍이 북한에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 측근인 공화당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성명을 내고 "우리가 여기까지 오게된 데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큰 공로를 인정받을 자격이 있다"며 공을 돌렸다.

그레이엄 의원은 "우리는 가야 할 길이 멀지만,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시작된 협상이 결국 윈-윈의 방식으로 북한 문제를 종결지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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