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담판' 나서는 北美정상, 뭘 주고받나…'빅딜'? '스몰딜'?

입력 2019-01-19 08:06
수정 2019-01-19 12:57
다시 '담판' 나서는 北美정상, 뭘 주고받나…'빅딜'? '스몰딜'?

큰 틀의 주고받기 시도할 듯…비핵화-상응조치 수위가 관건

北 영변핵시설 폐기 카드 가능성…'ICBM 폐기' 꺼낼 수도

美 '제재·종전선언·훈련·연락사무소' 탄력적 접근 주목



(뉴욕=연합뉴스) 이귀원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제2차 정상회담이 '2월 말 개최'로 가닥을 잡았다.

8개월 만에 다시 담판무대에 오르는 북미 두 정상이 무엇을 주고받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1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방미 중인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예방을 받고 면담한 직후에 기자들에게 보도자료를 내고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2월 말께(near the end of February) 개최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확한 날짜와 장소가 공개되지 않았지만 2차 정상회담 개최는 '기정사실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최대 관전포인트는 결국 두 정상 간의 '딜'이다. 그동안 비핵화와 상응조치를 놓고 치열한 줄다리기를 해온 양측이 과연 어떤 주고받기를 하느냐가 북핵 협상의 향방은 물론 북미관계와 한반도 정세의 흐름이 영향받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북미가 2차 정상회담에서 무엇을 주고받을지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미국은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의 첫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에 대해 핵신고를 비롯한 비핵화를 위한 선제적 조치를, 북한은 대북제재 해제와 종전선언 등을 요구해왔다.

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북미 협상은 그동안 사실상 교착국면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북미가 제2차 정상회담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주고받기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서로의 카드에 대해 양측이 만족할만한 수준인지가 변수다.

북미는 핵 리스트 신고, 핵 또는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일부 폐기, 영변핵시설 폐기 또는 동결·불능화, 대북제재 완화·해제, 북미 연락사무소 설치, 종전선언 등의 다양한 카드를 놓고 치열한 기싸움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북미가 어떤 조합을 맞추느냐에 따라 이번 2차 북미정상회담이 전체적인 비핵화 로드맵을 그리는 '빅딜'(big deal)이 될지, 초기단계 비핵화 조치와 상응조치를 맞바꾸는 '스몰딜'(small deal)이 될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주목할 점은 북한이 비핵화와 관련해 어떤 카드를 내놓을지가 핵심 관건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은 핵·미사일 관련 신고와 검증을 요구하고 있다. 북한이 이미 보유한 것으로 평가되는 핵무기와 플루토늄과 우라늄 등 핵물질, 핵시설, 핵무기 운반수단인 미사일 및 관련 시설이 대상이 될 수 있다.

북한이 핵·미사일 신고·검증 계획을 내놓으면 비핵화 협상은 급진전할 수 있지만 북한은 '타깃 리스트'를 제공해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그동안 이에 응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획기적인 태도변화를 보일 지는 미지수다.



이와 관련,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은 16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가진 한국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북미 정상회담에서 예상되는 북한의 협상 카드로 영변 핵시설의 영구 폐기, ICBM 폐기 문제 등을 꼽았다.

북한은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간의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밝힌 대로 미국의 상응조치를 전제로 영변 핵시설 폐쇄와 동창리 엔진시험장 및 미사일 발사대의 영구 폐기를 카드로 쓸 수도 있다.

북한은 그 대가로 미국에 대해 대북제재 완화를 요구하고 종전선언, 한미군사훈련 중단, 북미 관계 정상화 등도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재개 의지를 밝힌 남북 간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 평화협정을 위한 다자회담 문제도 거론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이 일부 비핵화 조치와 병행해 자신들이 보유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가운데 일부에 대해 '폐기' 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있다. 미국의 최대 안보 우려를 일부나마 불식시키면서, 상응조치를 끌어내려고 시도할 수 있다는 얘기다.

북한은 2017년 11월 29일 ICBM급 '화성-15'를 시험 발사하며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고 한국 국방부는 고각 발사됐던 화성-15가 정상 각도로 발사될 경우 1만3천㎞ 이상 비행이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미국 수도 워싱턴DC까지 이를 수 있는 사거리다.

다만 북한이 다른 비핵화 조치 없이 ICBM 폐기 카드만 꺼낸다면 이는 미국의 안보 우려만 일부 해소하는데 그치고, 완전한 비핵화 대신 핵보유국 인정 또는 최소한 '핵동결'을 관철하려는 북한의 의도에 끌려다니는 것 아니냐는 논란을 낳을 수 있다.

문제는 미국이 북한의 요구를 어느정도 받아들이냐이다. 현재로서는 미국이 북한의 핵심 요구사항인 대북제재 해제를 선뜻 수용할 가능성은 커보이지 않는다.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볼 때까지 대북 압박과 제재를 계속할 것"이라면서 대북제재에 대한 확고한 입장을 재확인했다.

미국의 부분적인 제재 해제나 한시적 제재 면제 등으로 유연성을 발휘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대북제재를 한번 해제하면 현 국면에서 다시 되돌리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미국은 매우 신중한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북 인도적 지원 확대 등으로 북한 달래기를 시도할 수도 있다.

북한의 한미 군사훈련 중단 요구에 대해서도 미국이 이를 전면적으로 수용하기는 어렵겠지만 군사훈련 축소 등 탄력적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있다. 한미는 이미 1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부분적인 한미 군사훈련 중단이나 축소로 대응해왔다.

그동안 거리를 둬왔던 북한의 종전선언 요구에 대해서도 미국이 유연한 태도를 보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강경화 외교장관이 지난 16일 신년 회견에서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대응한 미국의 상응 조치에 대해 "예컨대 종전선언을 포함해서 인도적인 지원이라든가, 어떤 상설적인 미북 간 대화 채널 등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고 밝힌 점도 시선을 끈다.

'상설 미북 간 대화채널'은 북미 연락사무소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강 장관의 언급이 미국과의 일정 부분 교감하에 나온 것인지, 우리 정부의 희망을 내비친 것인지는 불투명하다.



lkw777@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