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 역할 제대로 합시다"…업무 매뉴얼 발간한 이장들

입력 2019-01-22 09:27
"이장 역할 제대로 합시다"…업무 매뉴얼 발간한 이장들

옥천군 동이면 이장協, 역할·챙겨야 하는 사업 등 담아

3년째 '좋은 이장학교' 운영하면서 공동체 역량도 키워

(옥천=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과거 농촌 마을 이장(里長)은 행정기관의 잔심부름이나 하던 존재였다. 불평불만 없이 공무원 지시에 고분고분하게 따르면 '일 잘 한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지방자치가 시작되면서 이들의 위상과 역할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존재감 없는 '들러리'에서 벗어나 행정의 최일선 조직이자 마을 대표로서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장의 능력이나 리더십은 마을의 운명을 바꿔놓기도 한다. 공모사업에 참여해 대규모 예산을 끌어오는가 하면, 주민을 대표해 시장·군수와 담판을 벌이기도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좋은 이장이 되려면 전문성을 요구받는다. 세상 돌아가는 일에 밝아야 하고, 공무원 못지않게 행정흐름도 꿰뚫어야 한다.

이런 변화에 맞춰 충북 옥천군 동이면 이장 협의회가 유능한 이장이 되기 위한 업무 매뉴얼을 발간했다.

A4 용지 126쪽 분량의 매뉴얼에는 이장이 시기별로 챙겨야 하는 업무와 사업, 복무규정, 조례 등이 빼곡하게 담겼다.

복지수급자 정부 양곡 신청, 여성 농업인 행복 바우처 신청, 화재 취약계층 주택용 소방장비 설치 수요조사, 가로등 설치 신청 절차부터 마을회 구성과 자치규약 작성, 재산·비품 관리 방식 등도 소개했다.

한마디로 이장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한 지침서다.



이곳 이장들은 2016년부터 '좋은 이장학교'를 운영하면서 마을 리더로서의 역량을 키우고 있다.

주민자치와 공동체 분야 전문가를 초청해 강연을 듣고, 선진 농촌 마을을 찾아 아이디어를 구하는 프로그램이다.

2년 전에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시종 충북지사 등을 강단에 세워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해 '좋은 이장학교' 학생 대표를 맡았던 박효서 전 안터마을 이장은 "기왕에 하는 이장을 제대로 해보자는 취지로 해마다 '좋은 이장학교'를 열고 있으며, 업무 매뉴얼도 그 일환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대청호 상류에 자리 잡아 강도 높은 환경규제를 받는 이 지역은 해마다 금강 수계기금을 지원받는다.

주민들은 이 돈을 소모적인 사업에 쓰지 않고 '좋은 이장학교' 등 공동체 역량을 키우는 데 투자하고 있다.

bgi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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