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물 구매 종용 없었다지만…중앙박물관 석연찮은 해명

입력 2019-01-18 18:26
유물 구매 종용 없었다지만…중앙박물관 석연찮은 해명

지난해 소장품 수집 범위 확대해 금속공예품 4점 구매

손혜원 의원, 작년 국감서 관장에게 "생존 작가 작품 사라"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정아란 기자 = "국립중앙박물관은 자체적으로 소장품 수집 확대 정책을 추진하고 있었다. 2018년 12월 구매한 현대미술품은 나전칠기 작품이 아니며, 전통 기법·모티프·정신을 계승한 금속공예품 4점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이 목포 등록문화재 건물 투기 의혹에 휘말린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이 구매를 종용해 현대 나전칠기를 사들였다는 19일자 동아일보 보도에 대해 같은 날 이례적으로 설명자료를 내며 반박에 나섰다.

박물관은 지난해 구매한 170건, 259점의 명칭, 국적, 시대, 종류를 정리한 목록을 기자들에게 보냈다.

목록 중 현대미술품은 금속공예품 4점으로, 도예가 정광호가 2008년에 만든 작품인 'The Pot 84130'과 한국문화재재단 이사장을 지낸 서도식 서울대 교수가 2018년 제작한 'M1001G', 'M1011G', 'M2815C'다. 해당 작품들 이미지는 별도로 공개하지 않았다.

박물관 관계자는 "구매 가격과 구매 경로는 밝히기 곤란하다"며 "경매를 통해 사들이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금속공예를 기관 브랜드로 내세우는 국립청주박물관과 협의해 구매를 결정했고, 구매 절차를 완료해 작품을 조만간 청주로 이관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미술계 인사는 작품명을 접한 뒤 "어떤 작품인지 정확히 모르겠다"며 "작품명이 생소해서 박물관이 정해놓은 분류 코드 같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고고학·역사학·미술사 연구와 전시를 표방하는 기관이어서 종래에는 현대미술품 구입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알려졌다.

그러던 박물관이 느닷없이 지난해 4월 소장품 수집 범위 확대 관련 자문회의를 열었고, 배기동 관장은 그해 7월 17일 취임 1주년 기자 간담회에서 "20세기 중반 이후에 제작된 역사 자료, 현대 물질문화 산물, 현대 예술품도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발표는 당장 그 자리에서 기자들의 의구심을 증폭케 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과 유물 수집 범위가 겹치지 않느냐는 기자들 지적이 있었다. 이에 대해 배 관장은 "유관 기관과 중복을 피하되 중요한 유물은 복수 기관이 소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답했다.

박물관 관계자는 "배 관장이 어디에서 이야기를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취임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구매하는 작품을 다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며 "관내에서 반발하는 분위기가 상당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손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배 관장에게 현대미술품 소장 필요성에 대해 꾸준히 언급했다고 강조해 눈길을 끈다.

손 의원은 작년 10월 11일 국립중앙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 등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기관 대상 국정감사에서 배 관장에게 질의하면서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그리고 우리나라 박물관에서 어느 누구도 현대 것을 사지 않는다는 말씀은 지난번에도 드렸고, 재작년에도 드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손 의원은 이어 "제가 관장님 들어가시기 전부터 얘기했다"며 "20세기, 21세기에 우리의 지금 살아있는 작가들 또 방금 돌아가신, 작고하신 작가들의 작품들을 더 늦기 전에 구입해서 후손들에게 20세기, 21세기에 우리는 이런 문화를 일구었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박물관 책무다. 이 부분들 꼭 챙겨 달라"고 요청했다.

문화재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드러난 의혹을 봤을 때 손 의원이 국립중앙박물관에 특정 종류의 현대미술품을 추천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그런 점에서 박물관 해명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고 말했다.

psh59@yna.co.kr,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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