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뇌 새로운 역할 드러나…보상과 선호행동도 관여"

입력 2019-01-18 17:23
"소뇌 새로운 역할 드러나…보상과 선호행동도 관여"

미국 국립정신건강연구소 동물실험 보고서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운동 근육의 협응과 제어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소뇌가 보상이나 사회적 선호행동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동물실험에서 밝혀졌다.

17일(현지시간)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 정신건강연구소(NIMH)에 따르면 생쥐 실험 결과 소뇌가 뇌의 보상 회로 작동을 돕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실험이긴 하지만 소뇌의 이런 기능이 밝혀진 건 처음이다.

이 연구결과는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 온라인판에 실렸다.

NIMH 연구팀은 소뇌와 뇌간 복측피개 영역(VTA; ventral tegmental area) 사이를 잇는 신경 연결(neural connection)을 발견했다.

뇌간의 꼭대기에 있는 VTA는 동기부여, 보상, 쾌락 등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NIMH의 조슈아 고든 소장은 "이번 연구 결과는 두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더 잘 이해하게 해, 새로운 치료법 개발에 초석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소뇌는 알려진 것보다 많은 기능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소뇌에 이상이 생기면 자폐증, 조현병, 물질사용 장애(substance use disorders) 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반대로 소뇌의 활성화는 동기부여, 사회적·정서적 행동, 보상 학습 등과 연관될 수 있다. 모두 정신질환이 생겼을 때 지장을 초래할 수 있는 것들이다.

사실 소뇌와 VTA 사이에 직접적 연관이 있는지는 과학자들의 주요 관심사였다.

연구팀은 신경세포 유전자를 조작한 생쥐를 광파(pulses of light)로 제어하는 실험을 했다. 여기엔 광유전학 기술이 동원됐다.

네 개의 분리 공간을 가진 사각형 방에 생쥐를 놓고 '보상 사분면(reward quadrant)'에 들어갈 때마다 VTA와 연결되는 소뇌를 광파로 자극했다.

그러자 생쥐는 '보상 사분면' 안에 머무는 것을 강하게 선호해 전체 시간의 70% 이상을 여기서 보냈다.

생쥐는 또한 자기 VTA의 활성화를 위해 좋아하지 않는 조건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견뎌내기도 했다.

이런 실험 결과는, VTA로 연결되는 소뇌 돌기(cerebellar projections)를 활성화하는 것이 생쥐에 보상이 됐고, 소뇌가 보상과 연관된 행동에 관여한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연구팀은 설명한다.

생쥐의 사회적 행동 변화를 알아보는 '세 개의 방' 실험에선 한 방에만 다른 생쥐를 넣어 줬다.

기본적으론 다른 생쥐와 함께 있는 것을 좋아했지만 VTA로 연결되는 소뇌 돌기를 비활성화하자 그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연구팀은 앞으로 소뇌-VTA 경로를 약물이나 광유전학 기술로 조작해 치료와 재발 방지에 활용할 수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연구할 예정이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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