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 운전방해 없다던 박정태 블랙박스에 버스난동 장면 생생
술 취해 수차례 핸들 꺾어 버스 휘청…경찰 "구속영장 신청 검토"
[부산경찰청 제공]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롯데 자이언츠 스타 야구선수 출신 박정태(50) 씨가 시내버스 기사와 시비를 벌이던 중 버스에 올라타 운전대를 마구 꺾는 등 난동을 부리는 블랙박스 동영상이 공개됐다.
당시 박씨 운행방해로 좌우로 크게 요동친 버스는 인도와 부딪힐 뻔했고 승객들은 공포에 떨어야 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런 박씨 난동은 시내버스 블랙박스 영상에 고스란히 찍혔다.
18일 경찰이 공개한 영상을 보면 박씨는 이날 오전 0시 35분께 부산 금정구 청룡동 범어사 사거리 인근 편의점 앞 횡단보도에 차를 대고 대리운전기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앞서 박씨는 지인들과 술을 마신 상태였다.
마침 그곳을 운행하던 시내버스 운전기사가 편도 2차로 중 1차로에 세워둔 박씨 차량 때문에 지나가기가 쉽지 않자 경적을 수차례 울리며 차량을 옮겨 달라고 요구했다.
이곳은 편도 2차로지만 중앙선 안전지대 때문에 도로 폭이 좁아지는 구조다.
더군다나 안전지대 가장자리에는 교통표지판과 연석이 있어 박씨 차량을 빼지 않고는 버스가 통과하기 까다로운 곳이라고 경찰은 밝혔다.
계속 울리는 버스 경적에 박씨는 차를 내려 버스 기사와 언쟁을 벌이다가 결국 술에 취한 상태로 차를 2∼3m 앞으로 운전해 버스가 지나갈 공간을 내줬다.
이후 시내버스가 출발하며 시비는 끝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버스가 서행하자 박씨는 뒤따라가며 언쟁을 벌였고 버스 출입문이 열리자 차에 올라탔다.
기사는 곧바로 문을 닫고 버스를 출발했다.
운전석 옆에 선 박씨는 잠시 왼손으로 기사 목덜미를 감싸는가 싶더니 갑자기 두 손으로 운행 중인 버스 핸들을 잡고 두 차례 좌우로 강하게 꺾었다.
박씨의 운행 방해로 진행 경로를 이탈한 버스는 급커브를 돌았다.
기사가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더라면 맞은편 교차로 인도와 철제펜스를 들이받을 뻔하기도 했다.
보다 못한 승객 1명이 직접 나서 박씨를 운전기사를 떼놓으면서 겨우 안정을 찾았다.
다른 승객은 동시에 휴대전화로 난동을 부리는 박씨를 찍기도 했다.
승객 신고로 경찰이 출동해 박씨를 체포할 때까지 버스에 탄 승객 5명은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박씨는 경찰 조사에서 "운전을 방해할 목적으로 버스 운전대를 틀지는 않았고 다만 버스 출입문 개폐 스위치를 찾는 과정에서 운전대에 손이 닿았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경찰은 박씨의 해명이 블랙박스 영상과는 차이가 있다고 보고 정확한 정황을 조사 중이다.
이번 사건을 조사한 경찰 관계자는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박씨 진술과 달리 범행의 고의성이 상당 부분 보인다"며 "추가 조사 후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이 측정한 박씨 혈중알코올농도 0.131%로 운전면허 취소 수준이었다.
1991년부터 2004년까지 롯데 자이언츠 주전 2루수로 활약한 박씨는 특유의 승부 근성으로 '악바리', '탱크'라는 별명을 얻으며 야구팬의 큰 사랑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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