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로 피신 로힝야족, 강제송환 피하려 잇따라 탈출
최근 첫 송환 후 방글라데시행 이어져…"1천300여명 국경 넘어"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인도 정부가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을 미얀마로 강제송환하자 이들이 주변국으로 대거 피난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18일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유엔 업무조정그룹(ISCG)은 이달 초부터 인도 쪽에서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오는 로힝야족 난민의 수가 급증했다고 밝혔다.
ISCG 당국자는 "16일 기준으로 300가족, 1천300여명이 인도에서 방글라데시로 건너왔다"고 말했다.
이들은 대부분 방글라데시 경찰에 검거돼 로힝야족 난민 수용소가 있는 치타공 주 콕스 바자르로 옮겨지고 있다.
인도 정부는 작년 10월 불법 체류자 단속에 적발된 로힝야족 7명을 미얀마로 강제추방했고, 이달 초에도 5명을 추가로 돌려보냈다.
인도에는 현재 약 4만명의 로힝야족이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현지에선 인도로 피신한 로힝야족 전체가 차례로 송환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제사회와 인권단체는 미얀마로 송환된 로힝야족이 심각한 인권침해에 시달릴 수 있다며 이러한 조치를 비판하고 있다.
무슬림인 로힝야족은 불교도가 주류인 미얀마에서 방글라데시 출신 불법 이민자로 취급돼 기본권이 박탈된 채 심각한 박해를 받아왔다.
2012년에는 로힝야족과 불교도 간에 유혈 충돌이 벌어져 200여명이 숨지고 14만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2017년 8월엔 미얀마 군경이 벌인 로힝야족 반군 토벌이 인종청소로 변질해 1만명 이상이 살해되고 73만명의 로힝야족 난민이 방글라데시 등지로 대피했다.
미얀마는 국제사회의 압박에도 로힝야족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라는 요구에 귀를 닫고 있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미얀마군이 반인도범죄를 저질렀다며 책임자 처벌을 추진하고 있지만, 미얀마군과 정부는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부인해 왔다.
인도 정부가 자국에 불법체류 중인 로힝야족을 미얀마로 송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FP통신은 힌두 민족주의가 득세하면서 우익 세력을 중심으로 로힝야족 난민을 집단 추방해야 한다는 주장이 최근 들어 강하게 제기돼 왔다고 전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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