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 훨씬 빨리 찾아내는 복합 혈액검사법 개발"

입력 2019-01-18 14:13
"췌장암 훨씬 빨리 찾아내는 복합 혈액검사법 개발"

미국 '밴 앤덜 연구소' 보고서 발표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췌장암은 조기 검진이 어려운 암이다. 이렇다 할 초기 증상이 없어 많이 진행된 상태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5년 후 생존율도 8.5%에 불과하다.

그런데 췌장암을 훨씬 조기에 검진할 수 있는 복합 혈액검사법이, 미국 '밴 앤덜 연구소'가 주도한 실험에서 개발됐다고 보도자료 전문매체 '유레칼러트(www.eurekalert.org)'가 17일(현지시간) 전했다.

이 검사법을 썼더니 거의 70% 췌장암이 검진됐고, 오진율은 5% 미만이었다고 한다.

'맹검(盲檢·blinded study)' 방식으로 진행된 연구 결과는 미국 암학회(AACR; American Association for Cancer Research)가 발행하는 학술지 '클리니컬 캔서 리서치(Clinical Cancer Research)'에 발표됐다.

맹검 방식은 실험의 편향성을 막기 위해 종료 시까지 실험자와 피실험자에게 관련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연구팀은, 혈류에 섞여 들기 전에 췌장암 세포가 만드는 당의 농도를 두 가지 검사법으로 측정했다.

그랬더니 새 검사법(sTRA)으로 측정한 당과 기존 검사법(CA-19-9)으로 측정한 당의 생성 과정이 서로 달랐다. 다시 말해 상이한 두 무리(subset)의 췌장암 세포들이 각각 다른 당을 만든 것이다.

두 검사법을 동시에 사용하자, 한 가지만 썼을 때 놓칠 수도 있었던 췌장암 아형(亞型·subtype) 세포들이 넓은 투망에 걸리듯 포착됐다.

거의 40년 전에 개발된 CA-19-9 검사법은 전체 췌장암의 40%밖에 찾아내지 못한다. 그래서 현재는 췌장암 검진 결과를 확인하거나 암의 진행을 추적하는 데 주로 쓰인다.

새로 개발된 복합 검사법은 검진율이 훨씬 높아 조기 진단과 치료 목표로 실행할 만한 선택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췌장암 가족력이 있거나 췌장 물혹·만성 췌장염·2형 당뇨병 등을 진단받은 고위험군에 도움이 될 것으로 연구팀은 보고 있다.

50세 이후에 갑자기 2형 당뇨병이 생기면 췌장암의 초기 증상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이 연구소 교수이자 보고서의 수석저자인 브라이언 하브 박사는 "두 검사법을 상호 보완적으로 사용하면 췌장암을 더 빨리 검진하고 환자의 생존율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면서 "치료 결과를 충분히 개선할 만큼 조기 검진이 가능하고, 단순하면서 비용 효율도 높은 검사법"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에는 밴 앤덜 연구소 외에 프레드 허친슨 암 연구센터, MD 앤더슨 암 센터, 피츠버그 대학, 서던캘리포니아대 의대 등의 전문가들이 다수 참여했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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