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쉿! 우리동네] 국내 첫 '탄소 없는 마을'…지리산 목통마을

입력 2019-01-19 11:00
[쉿! 우리동네] 국내 첫 '탄소 없는 마을'…지리산 목통마을

지리산 자락 17가구 40여명 거주…물·바람·태양이 에너지원



(하동=연합뉴스) 박정헌 기자 = 섬진강을 사이에 두고 전남과 경남을 가르는 경계이자 지리산 자락에 자리를 잡은 하동 목통마을은 17가구 40여명이 거주하는 작은 산골 마을이다.

조영남의 대표곡으로도 유명한 화개장터에서 화개천을 따라 올라가면 신흥마을이라는 곳이 있는데 이곳에서 칠불사 방향으로 다시 약 3㎞를 더 가야 비로소 눈에 띌 정도로 외진 곳에 자리했다.

목통마을이 세간의 관심을 끌게 된 것은 2015년 이곳이 국내 처음으로 '탄소 없는 마을'로 지정되며 에너지 자립을 이뤘기 때문이다.

◇ 지리산 능선 타고 형성된 수려한 자연경관…산업화로 인구 줄며 '위기'

이곳에 사는 주민 대다수는 연령이 60∼70대로 고로쇠 수액이나 산나물, 송이버섯, 밤 등을 자연에서 채취해 생계를 꾸린다.

목통마을은 지리산 자락에 자리를 잡은 마을답게 주변 경관이 빼어난데 1천533m 높이 토끼봉 정상을 따라 형성된 능선이 칠불사를 거쳐 이곳까지 이어진다.

목통마을 인근 칠불사는 지리산 토끼봉과 반야봉 아래 해발 800m에 지어진 사찰이다.

이곳엔 신라 효공왕 때 담공선사가 만든 '아자방'이라는 온돌방이 있는데 한번 불을 지피면 온기가 100일동안 지속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마을 앞에는 약 1㎞ 길이로 길게 뻗은 연동 계곡이 있는데 맑은 물이 넓은 암석과 수목 사이로 흘러 여름이면 피서 인파가 몰리는 곳이기도 하다.

연동 계곡 사방으로 병풍처럼 펼쳐진 나무들의 가을철 단풍이 특히 아름다워 한 번 구경한 사람들은 계속 찾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피서객 중 일부가 목통마을로 유입된 덕분에 이곳에서 숙박을 하거나 체험 활동을 하는 것도 현재 주민들의 수입원 중 하나다.



여러모로 친환경 생태관광지 조성에 적합한 조건을 갖춘 셈이다.

1970년대 새마을사업이 시작되기 전까지 지리산 일대 마을들은 북적이며 활기가 넘치기로 유명했다.

그러나 산업화·도시화 물결로 젊은이들이 도시로 빠져나가면서 고령의 주민들만 남아 예전의 활기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하동은 '대한민국의 알프스'를 대표 슬로건으로 내걸었을 정도로 자연적·문화적·역사적 자산이 풍부한 곳이다.

지리산 습지는 물론 일곱 가야 왕자의 성불로 한국 불교 문화가 태동했다는 자부심을 지닌 칠불사의 2천년 역사, 박경리 작가의 대하소설 '토지'까지 여러 방면에서 무한한 가치를 창출하는 원천을 보유했다.

하동군은 목통마을이 급격한 산업화로 인해 생명력을 잃어가고 사람들의 발길도 뜸해지자 지리산 생태보전지역 내에 조성됐다는 특성을 발판삼아 청정한 자연환경 보전과 관광소득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 생태 관광지화 통한 자립 모색…국내 1호 '탄소 없는 마을' 지정

'탄소 없는 마을' 조성을 통한 마을 에너지 자립과 생태 관광지화라는 발상은 그렇게 나왔다.

이 마을은 1960년대 인근 계곡의 수량이 많아지자 보를 만들고 수로를 설치해 물을 끌어온 뒤 전통식 물레방아를 돌려 제분소를 운영했다.

1810년 김해 김씨 삼현파의 한 할아버지가 처음 만들어 현재까지 전승돼 과거에는 인근 마을은 물론 전남 구례군에 있는 마을 주민들까지 이용했다고 한다.



전통식 물레방아는 이후 기계식으로 바뀌었고 당시 목통마을 주민들은 인근 마을보다 일찍 전력을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사 가는 사람들이 늘고 남은 이들은 고령화하면서 자연스레 마을 사람들이 생업으로 종사하던 논·밭농사도 줄었다.

전기설비 설치로 외부에서 전기가 들어오기 시작하자 원래 마을에 전기를 공급하는 역할을 한 물레방아는 수명을 다하고 2002년 가동이 중단되면서 지금까지 방치됐다.

군은 사람들의 생활공간과 지리산 생태보존지역의 완충지대인 목통마을이 도시의 과도한 팽창을 억제하고 지리산에서 시작된 생태축을 도심으로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2014년 화개면과 악양면·청암면으로 이어지는 지리산 권역 10개 마을을 탄소 없는 마을로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탄소 없는 마을은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탄소를 사용하지 않는 신재생 로컬 에너지로 에너지 자립여건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이를 목통마을을 둘러싼 천혜의 관광자원과 연계하면 지역 수익창출과 지속 가능한 관광모델 육성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군은 작년까지 9억5천만원을 투입해 신재생에너지인 소수력발전소(99㎾)를 비롯해 풍력발전(12㎾), 태양광(30㎾) 발전시설을 설치해 마을 전기를 자체 충당할 수 있도록 했다.

계곡물을 이용한 물레방아 소수력발전소, 풍력발전기, 태양광 등이 현재 이 마을의 에너지 자원으로 쓰이고 있다.

마을 주변 천혜 관광자원과 연계해 인근 구례 논평 마을부터 목통마을과 칠불사를 잇는 2.6㎞의 보부상 길을 조성해 힐링이 되는 관광코스로 활용하는 방안도 준비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목통마을을 '차 없는 마을'로 만들고자 입구에 주차장을 만든 뒤 주민들은 물론 방문객들도 이곳에 주차한 뒤 걸어서 들어오도록 설계했다.

쓰레기나 매연 등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 방문객도 하루 100명 이내로 제한하고 예약제로 운영하고 있다.

이밖에 야생화단지, 마을안길 황토 포장, 탄소 배출 지수 개발, 고령자를 위한 100세 건강진단사업, 계절별 음식개발 보급 등도 추진 중이다.

◇ 관광 경쟁력이 남은 과제…"스토리텔링 통해 콘텐츠 만들 것"

이런 노력을 거쳐 목통마을은 완전한 에너지 자립은 물론 남는 전력을 한국전력에 되팔아 마을 소득원으로 주민들에게 분배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소수력과 태양력, 풍력을 합쳐 하루 최대 2천700㎾에 달하는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다만 어렵게 조성한 친환경적 생태환경을 유지하며 동시에 이곳을 경쟁력 있는 관광지로 성장시키는 것은 과제로 남았다.

목통마을에서 평생을 살았다는 김모(59)씨는 "지금은 하루에 생산하는 전력을 우선 한국전력에 판 뒤 이를 다시 마을로 끌어오는 방식으로 전력을 수급하고 있다"며 "완전한 에너지 자립은 물론 크지 않은 액수이지만 전력을 판 돈을 마을 주민들에게 나눠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물레방아 등을 이용한 각종 체험행사도 운영하고 있으나 이것만으로 관광지로 경쟁력을 유지하기 쉽지 않다"며 "마을 특성과 잘 연계되면서 사람들 발길도 끊기지 않을 수 있는 관광 경쟁력 강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덧붙였다.



목통마을 인근에서 숙박업을 하는 최모(63)씨는 "목통마을이 에너지 자립은 이뤘을지 모르나 관광지로서 매력은 떨어져 현 상태로 장기적인 마을 장래는 어둡다"며 "유입되는 인구도 없고 원래 규모 자체가 워낙 적은 곳이라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탄소 없는 마을'이 아닌 '사람 없는 마을'이 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하동군 관계자는 "향후 탄소 없는 마을을 군내에 총 10개 육성해 벨트화한 뒤 관광상품을 추가 개발할 예정"이라며 "기존 산길을 트레킹 코스로 새로 단장하고 칠불사를 활용하는 등 기존 자원의 스토리텔링을 통해 경쟁력 있는 관광 콘텐츠를 만들어내겠다"고 설명했다.

home1223@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