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 100만 난민에 '근로 허용' 새 난민법 제정
난민 자립도 높이고 수용국 부담 저감…일자리 정책 연계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서방 국가들이 반(反)난민 정책을 강화하는 가운데 에티오피아가 약 100만명의 난민이 수용소를 나와 사회에서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을 17일(현지시간) 전격 통과시켰다.
이날 에티오피아 난민부(ARRA)는 "에티오피아에서 새로운 난민법이 제정됐음을 알리게 돼 기쁘다"며 "새 법이 난민과 기존 사회의 삶을 향상할 것으로 믿는다"고 페이스북을 통해 밝혔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에티오피아의 새 난민법은 난민들이 수용소 밖으로 나가 정규 학교에 다니고, 전국에서 여행하거나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난민들은 공식적으로 출생·결혼·사망을 신고할 수 있고, 은행 계좌와 같은 금융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에서 우간다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난민을 수용하고 있으며, 난민들은 남수단과 수단, 에리트레아 등 인접 국가에서 갈등과 가뭄, 박해를 피해왔다.
에티오피아의 20개 수용소에 분산된 많은 난민이 수십 년 전에 국경을 넘어와 아이까지 낳았지만, 그동안에는 일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았다.
전 세계적으로 2천500만명의 난민 가운데 대부분이 개발도상국에 수용돼 있고, 이들은 종종 음식과 교육마저 부족한 상황에 놓인다.
에티오피아는 난민의 자립도를 높이고, 수용국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난달 채택된 유엔 이주 글로벌콤팩트(GCM)에 발맞춰 새로운 난민법을 제정했다.
에티오피아 투자위원회 위원장은 "새로운 난민법은 10만개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5억 달러짜리 프로그램의 일부로, 30%의 일자리가 난민에게 할당될 것"이라며 "이는 난민을 돕는 것은 물론이고 에티오피아 산업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에티오피아에서 활동하는 노르웨이 난민 구호 활동가 스타인 파우스는 "일부 서방 국가들이 난민을 외면하고 혐오정책을 채택하는 가운데 나온 에티오피아의 새 난민법을 환영한다"고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유엔난민기구의 동아프리카 대변인인 다나 휴즈는 "교육과 근로권은 난민에게만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 사회 경제에 이익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며 "새 난민법과 같은 조치는 옳은 일일 뿐만 아니라 현명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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