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In] 꼬여버린 부산영화촬영소…입지 갈등 증폭
영화계 "5년마다 계약갱신 불안" vs 기장군 "영구사용 공증하겠다"
660억원 투입 스튜디오·제작지원시설 2020년 12월까지 건립 차질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남의 땅에 건물을 짓고 사용하라는 건데 나중에 나가라고 하면 어떡하느냐."(영화계)
"사실상 무상으로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못 믿겠다면 공증이라도 하겠습니다."(기장군수)
부산 기장군 도예촌에 영화촬영소를 건립하는 것을 두고 영화계와 기장군이 갈등을 빚고 있다.
소유권이 없는 땅에 660억원을 들여 건물을 지을 순 없다며 일부 영화인들이 반발하면서 부산영화촬영소 건립이 꼬여버렸다.
남의 땅에 거액을 들여 촬영소를 짓는 것 자체가 합리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일부 영화인은 "이동 거리가 먼 곳에 있고 그것도 5년마다 부지 사용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조건으로 촬영소를 건립하면 후배 영화인들에게 부담을 안겨주는 것이"이라며 재검토를 요구했다.
남양주영화촬영소를 부산 기장군 도예촌으로 이전하는 계획을 추진한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는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영진위가 마련한 대안 중에는 기장군 도예촌 부지를 야외 촬영소로 활용하고 다른 지역에 부지를 사들여 실내 촬영소를 건립하겠다는 안도 포함됐다.
660억원 중 일부 예산으로 김해공항이 있는 강서구 토지를 매입하자는 의견도 대안으로 검토되고 있다.
배우 문성근 씨는 최근 트위터에서 "부산 기장군 소유 땅에 영진위가 660억원 들여 건물을 지을 순 없는 일이다. 촬영소는 김해공항과 가까운 강서구가 좋은 입지다"는 뜻을 밝혀 영진위 대안에 찬성 입장을 보였다.
영진위가 이원화 카드를 꺼내 들자 기장군은 반발했다.
기장군은 협약 위반인 만큼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며 강력하게 반발, 양측 갈등이 증폭되는 모양새다.
기장군이 문제 삼는 협약은 문화체육관광부, 영화진흥위원회, 부산시, 기장군이 2016년 6월 21일 체결한 부산촬영소 글로벌 영상 인프라 건립사업 실시협약이다.
실시협약은 문광부와 영진위는 사업실행에 필요한 행정절차 이행·용역, 예산 확보 등을 담당하고 부산시는 사업부지와 관련해 행정적으로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업부지 제공을 약속한 기장군은 장안읍 기룡리 도예관광힐링촌 부지 24만9천490㎡를 무상 임대 방식으로 제공했다.
기장군은 "도예관광힐링촌 부지에 대형 스튜디오 3개 동, 제작지원시설, 아트워크시설, 디지털 후반 작업시설 등을 2020년 12월까지 건립하겠다는 약속을 믿고 관광지 조성계획변경 등 행정절차를 이행했고 실시협약에 따라 마스터플랜 수립 용역에 자문위원 2명을 추천하는 등 모든 행정절차도 완료했다"고 강조했다.
오규석 기장군수는 "영화촬영소 이원화 방안을 절대 수용할 수 없고 실시협약 파기로 인한 모든 법적인 책임은 영진위에 있다"고 압박했다.
오 군수는 "공유재산법상 5년마다 부지 사용계약을 갱신해야 하지만 영화계가 부지 안정성을 우려하니 법적인 테두리 내에서 사실상 영구적으로 무상사용을 할 수 있도록 공증이라도 하겠다"고 부산영화촬영소 유치에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영진위 관계자는 "영화인들이 영화촬영소 부지와 관련해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했고 이런 의견을 기장군에 전달했다"며 "협약을 체결했지만, 대안을 모색하자는 취지에서 다양한 의견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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