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궁속 '수영선수 몰카' 사건, 1심 뒤집은 '스모킹건'은?

입력 2019-01-17 15:58
수정 2019-01-17 17:53
미궁속 '수영선수 몰카' 사건, 1심 뒤집은 '스모킹건'은?

피고인 노트북ㆍ휴대전화 복구실패…증거없어 1심선 무죄

檢, 피고인 등장 '제보영상' 극적 입수…재판부 증거 채택

(수원=연합뉴스) 강영훈 기자 = 지난 2016년 중순 세상에 알려진 이른바 '수영선수 몰카' 사건이 수사 개시 약 2년 반 만에 피고인에 대한 항소심 유죄 선고로 잠정 결론 내려졌다.

1심은 피고인의 자백에도 불구, 자백을 보강할 추가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으나, 검찰은 항소심에 이르러 이 사건의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인 몰카 영상을 제출해 결과를 뒤집었다.

'수영선수 몰카' 전 국가대표 "난 모르고 안했다"…항소심서 유죄 / 연합뉴스 (Yonhapnews)



수원지법 형사항소6부(김익환 부장판사)는 17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수영 국가대표 출신 정모(27)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0개월을 선고한 뒤 법정 구속했다.

함께 기소된 최모(29)씨 등 4명에 대해서는 원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정씨는 2009∼2013년 6차례에 걸쳐 경기도의 한 체육고교와 진천선수촌의 여자 수영선수 탈의실에 만년필 형태의 몰카를 설치하는 수법으로 여자선수들의 탈의 장면을 촬영한 혐의로 2016년 11월 불구속기소 됐다.

이 사건은 2016년 8월 정씨가 자신의 노트북에 있는 몰카 영상을 지인에게 보여줬다가 지인이 이 사실을 수사기관에 전하면서 알려졌다.

당시 체육계를 떠들썩하게 한 이른바 '수영선수 몰카' 사건 수사는 초기부터 난항을 겪었다.

경찰은 정씨의 노트북과 휴대전화를 압수해 한 달 가까이 복구 작업을 벌였으나, 끝내 영상을 복구하지 못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도 마찬가지였다.

몰카 사건에 몰카가 없는 상황에 몰린 검찰은 물적 증거 없이 재판을 맞이해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검찰은 일단 정씨의 자백 및 참고인 진술을 바탕으로 정씨를 비롯한 총 5명을 기소했다.

정씨를 제외한 다른 4명은 내내 혐의를 부인했다.

정씨의 자백을 보강할 추가 증거를 마련하지 못한 검찰은 결국 1심에서부터 발목을 잡혔다.

1심은 "피고인 정씨는 자신의 범행을 자백하고 있으나 이를 보강할 증거는 영상을 봤다는 증인 2명의 진술뿐이어서 유죄의 증거로 삼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형사소송법은 자백 외에 다른 보강증거가 없으면 자백한 피고인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자백보강법칙을 규정하고 있다.

검찰은 즉각 항소했지만, 지난해 6월부터 열린 항소심 재판도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됐다.

그러나 항소심 진행 과정에서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검찰에 접수된 CD 1장은 이 사건의 해결의 '스모킹 건'이 됐다.

검찰에 접수된 CD는 정씨가 2013년 진천선수촌 여자 수영선수 탈의실에 몰카를 설치해 촬영한 13분 38초 분량의 영상이었다.

여기에는 정씨가 몰카를 제대로 설치했는지 확인하는 장면도 담겨 있었다.

검찰은 이어 한 언론사로부터 진천선수촌에서 여러 피해자가 몰카에 찍힌 영상을 제출받아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했다.

검찰은 이를 바탕으로 피해자 조사를 거쳐 범죄 시기와 장소 등을 면밀히 조사할 수 있었다.

다만 두 영상 모두 원본이 아닌 탓에 재판부의 증거 능력 인정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였는데, 피고인 측의 부동의에도 불구하고 재판부는 이를 모두 증거로 채택했다.

이처럼 검찰은 지난해 9월부터 잇따라 결정적인 증거를 제출, 원심을 뒤집는 결과를 끌어냈다.



항소심 재판부는 "정 피고인이 진천선수촌 여자탈의실에서 몰카를 설치하고 작동시켰다는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한다"며 "이에 해당하는 증거는 자백 진술, 참고인 진술, 동영상이 담긴 CD와 USB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익명의 제보자가 건넨 CD 1장이 사건 해결의 스모킹 건이 됐다"고 말했다.

ky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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