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김영철, 대남·대미외교 핵심 김성혜·최강일과 워싱턴行
1차 정상회담 앞둔 작년 5월 고위급회담 때와 동일 라인업
대미 핵심 최선희 부상은 스웨덴으로…통전부 중심 대미외교 당분간 이어질 듯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미국 워싱턴D.C.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17일 중국 베이징(北京)에 도착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옆에는 1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열린 고위급회담 때와 마찬가지로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일전선책략실장과 최강일 외무성 북미국장 직무대행이 있었다.
북한의 대미 관계에 관여하는 핵심 인물로 꼽히는 김성혜 실장과 최강일 국장대행은 김영철 부위원장이 지난해 5∼6월 미국 뉴욕과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 동행했으며,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의 '담판'에도 배석했다.
김 실장과 최 국장대행은 싱가포르에서 6·12 북미정상회담이 열리기 직전 현지에서 성 김 필리핀 주재 미국 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합의문을 막판 조율할 때도 모습을 드러냈다.
김 실장이 속한 통일전선부는 대남 전략·전술 업무를 총괄하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산하 전문부서로, 남북회담·경제협력·대남자료 수집과 분석 등 대남사업을 총괄하는 핵심부서다.
여성을 찾아보기 힘든 통일전선부에서 요직을 꿰찬 김 실장은 지난해 본격화한 남북대화국면에서도 빠짐없이 모습을 드러내 남북관계, 비핵화, 평화체제 문제 전반에 걸쳐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실장은 지난해 2월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기 위해 남한을 방문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해 '로열패밀리'의 신임을 받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김 실장은 문재인 대통령 부부가 지난해 9월 평양을 방문했을 때 김정숙 여사의 일정을 모두 수행하면서 '대남 실세'로서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대미현안에 밝은 것으로 알려진 최강일 국장대행은 자신의 직속 상사인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판문점과 싱가포르 등에서 성 김 필리핀 주재 미국 대사와 만날 때마다 동행했다.
최 국장대행은 지난해 3월 핀란드 헬싱키에서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등을 논의할 남·북·미 '1.5트랙'(반관반민) 대화에 미국연구소 부소장 자격으로 북측 대표단을 이끌고 참가했다.
또 그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미국과의 갈등이 최고조로 달했을 2017년 1월 평양에서 미국 NBC방송과 인터뷰하는 등 국제사회를 향해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창구 역할을 수행해왔다.
김영철 부위원장의 방미 기간에 정작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협상파트너인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스웨덴으로 향한 점을 고려했을 때 북한에서 대미협상 주도권은 여전히 통일전선부가 쥐고 있으며, 외무성은 지원 역할을 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로 미뤄 앞으로 북미정상회담의 구체적인 논의 과정에서도 통일전선부가 적잖은 역할을 할 것을 보여준다.
과거 전례가 없는 통일전선부 중심의 대미외교는 결국 작년 한반도 정세 전환의 과정에서 남쪽의 국가정보원이 북미를 오가며 대화를 이어왔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국정원의 북쪽 카운트파트인 통일전선부에 힘이 실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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