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재난 희생자 유족들 "김용균 사망 진상규명·책임자 처벌"
세월호 참사·삼성 직업병 피해자 가족 등 공동 기자회견
시민대책위 "노동부 특별감독, 진짜 책임자에 면죄부"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왜 유가족들이 함께 모여 한목소리를 내고 있을까요? 왜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외치는데 같은 참사가 반복되고 있을까요?"
17일 청와대 앞에는 4·16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삼성전자 직업병 피해자 가족, 원진산업재해자협회 등 각종 산업재해·재난 사고 희생자 가족들이 모였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숨진 고(故) 김용균 씨와 관련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기자회견에 나선 삼성반도체 백혈병 사망자 황유미 씨의 아버지 황상기 씨는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수많은 사람이 병에 걸리고 사망했는데도 처벌받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사업자들이 처벌을 받지 않는다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계속 죽을 수밖에 없고 병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세월호 가족협의회 유경근 집행위원장은 "피해자와 유족의 요구와 바람을 이 사회가 무시하기 때문에 사회적 참사가 반복되고 있다"며 "진상규명 과정에 유족들이 참여해야 하고 대책이 제대로 지켜지는지 확인하고 감시하는 역할까지 맡을 수 있는 사회·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도 유족들은 한목소리, 한뜻으로 행동하며 더 안전한 사회, 목숨을 빼앗기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는 "아들이 떠난 지 37일이 됐다. 아직도 아들의 이름을 부르면 금방 대답할 것 같아 전화도 해보고 카톡도 하는데 반응이 없어서 미칠 것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과연 무엇이 잘못돼서 이런 사고를 당했는지 묻고 또 묻는다"며 "돈 있는 사람만 사람으로 살고 돈 없는 사람은 짐승보다 못한 삶을 살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기업과 정부가 서민을 노예처럼 부려먹고 매일 소중한 생명이 사라지고 있다"며 "부당한 나라를 바꾸기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유족들은 기자회견문에서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안전 때문에 눈물짓는 단 한명의 국민도 없게 하겠다고 한 그 약속을 믿고 싶다"며 "이번 김용균 씨 사건을 계기로 비정규직 노동자, 하청 노동자, 청년들에게 떠넘겨지는 죽음의 외주화, 위험의 외주화를 꼭 중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유족들에 이어 '태안화력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처벌 시민대책위원회'는 같은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서부발전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특별감독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시민대책위는 서부발전에서 사고가 되풀이되는 것은 감독 결과 이행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고용노동부의 직무유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또 사법처리 대상으로 한국서부발전 김병숙 사장이 아닌 태안발전소 본부장을 지목한 것과 관련해 "진짜 책임자 김 사장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서부발전의 안전보건관리 태만으로 발생한 하청노동자 죽음의 진짜 원인을 찾고, 위험을 방관하고 방조한 노동부의 책임을 밝혀야 한다"며 "김용균 사회적 타살의 원인, 죽음의 외주화를 중단할 수 있는 진상규명위원회를 즉각 구성하라"고 촉구했다.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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