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 CEO, 말레이 국민에 '비자금 스캔들 연루' 사과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솔로몬 최고경영자(CEO)가 말레이시아 전임 총리의 비자금 조성에 자사가 관여했다는 논란과 관련해 유감을 표했다.
16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솔로몬 CEO는 이날 실적발표회에서 말레이시아와 미국 당국의 조사에 전적으로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말레이 국민이 전 정부 고위층을 포함한 다수의 개인에게 사취를 당한 것이 매우 명백하다"면서 "그 사기 행위에서 (골드만삭스 동남아시아 사업 대표였던) 팀 라이스너가 한 역할에 대해 말레이 국민에게 사과한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는 나집 라작 전 말레이시아 총리가 국영투자기업 1MDB를 통해 수조 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하는 것을 도왔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골드만삭스는 2012∼2013년 세 차례에 걸쳐 65억 달러(약 7조3천억원) 상당의 1MDB 채권발행을 대행하고, 6억 달러(약 6천700억원) 상당의 수수료를 챙겼다.
작년 5월 총선에서 승리해 나집 전 총리를 몰아내고 집권한 말레이시아 신정부는 이렇게 조달된 자금의 절반가량이 유용 혹은 횡령됐다고 주장했다.
신정부는 이어 골드만삭스가 이런 결과가 초래될 것을 알고서도 투자자들을 속여 돈을 끌어모았다고 비난했다.
미국 법무부는 이와 관련해 작년 11월 라이스너와 골드만삭스 전 직원인 로저 응을 해외부패방지법 위반과 자금세탁 등 혐의로 기소했다.
말레이시아 신정부는 골드만삭스에 수수료를 전액 반환할 것을 요구했으며, 해당 채권에 대한 지급보증을 섰다가 수조 원대의 손실을 떠안은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국부펀드 국제석유투자(IPIC)도 골드만삭스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솔로몬 CEO는 말레이 국민에 대한 사과와는 별개로 골드만삭스가 해당 거래와 관련해 충분한 주의를 기울였다고 주장했다.
1MDB와 IPIC는 물론 말레이시아 정부 고위당국자들도 나집 전 총리의 비자금 조성 및 관리를 맡은 금융업자로 택 조(37·일명 조 로우)가 채권발행에 중개인으로 개입했다는 사실을 골드만삭스 측에 밝히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솔로몬 CEO는 골드만삭스 직원들이 라이스너의 행동에 "매우 화가 나 있다"면서 이번 사태로 회사의 명성에 흠집이 생겼지만, 고객들에게 미친 영향은 미미한(de minimus) 수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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