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230조원 정부채 1월 조기 발행…경기 살리려 이례적 조치

입력 2019-01-17 10:42
中, 230조원 정부채 1월 조기 발행…경기 살리려 이례적 조치

리커창 "경기하방 압력 가중…옛 경로 답습은 안 해"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미중 무역 전쟁의 여파로 중국의 경기둔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 정부가 1조3천900억 위안(약 230조원) 규모의 조기 채권 발행을 통한 경기 부양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17일 경제지 차이신(財新)에 따르면 신장위구르자치구와 허난성이 올해 들어 지방정부 중 처음으로 채권 발행에 들어갔다.

신장위구르자치구는 14일부터 100억 위안의 일반 채권 발행에 나섰다.

허난성도 15일부터 165억 위안 규모의 일반 채권과 288억 위안 규모의 특수목적 채권 발행을 시작했다.

새 채권 발행으로 확보되는 자금은 빈곤층 구제, 서민 주택 개조, 학교 건설, 도시 지하철 건설 등 사업에 투입될 예정이다.

중국 지방정부가 1월부터 채권 발행에 나서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원래 중국에서는 3월 열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연례회의에서 예산 규모가 확정되고 나서야 지방정부가 중앙정부로부터 신규 채권 발행 규모를 할당받아 채권 발행에 나설 수 있었다.

통상 지방정부의 채권 발행은 일러도 4월부터 가능했고, 일반적으로는 7월 이후에야 본격화되는 경향을 보였다.

올해 지방정부들이 과거와 달리 1월부터 채권 발행에 나서 대대적인 공공사업에 나선 것은 급속한 경기둔화에 대응하고자 중앙정부가 조기 채권 발행을 통한 돈 풀기를 적극적으로 독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격인 전인대는 지난달 상무위원회를 열고 정부 기구인 국무원에 지방정부 채권 발행량 중 일부를 전인대 연례회의의 승인 없이 먼저 발행할 수 있도록 하는 권한을 위임했다.

이에 따라 국무원은 최근 각 지방정부에 총 1조3천900억 위안 규모의 채권 발행을 미리 허용하고 조기 발행을 통한 예산 집행을 독려하고 있다.

쉬훙차이(許宏才) 중국 재정부 부장조리는 지난 15일 기자회견에서 3월 전인대 연례회의를 통해 전체 채권 발행 규모가 확정되면 조속히 지방정부에 할당량을 배분해 9월 전에 발행이 마무리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중국이 이처럼 재정 조기 집행을 통한 경기 부양에 나선 것은 무역 전쟁의 충격파 속에서 경기둔화 속도가 예상보다 가팔라지면서 중국 경제에 대한 전반적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과 관련이 있다.

외부의 우려 속에서도 중국 경제가 전반적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하던 중국 지도부조차도 최근 들어 자국의 경기 하방 압력이 거세지고 있음을 공개적으로 시인하면서 위기 의식을 부쩍 강조하고 있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지난 15일 마윈(馬雲) 알리바바 회장 등 경제학자·경제인 등 전문가들과의 간담회에서 "올해 경기 하방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며 "어려움과 도전에 대응하는 준비를 잘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감세와 인프라 투자 등 적극적 재정 정책을 통한 부양책에 나서는 한편 시중에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하겠다면서 더욱 완화적인 통화 정책을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집권 이후 역점을 두고 추진해온 부채 감축(디레버리징) 정책이 아직 완전한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평가 속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같은 초대형 부양책과 전면적인 통화 완화 정책을 펴기에는 정책적 공간이 협소하다는 지적도 있다.

중국 당·정이 부채 관리와 산업 구조 선진화를 통한 '질적 발전'이라는 기존의 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가운데 경기둔화에 대처하고자 사실상 이와 반대 방향으로 가는 부양책에 나서야 한다는 점에서 고심이 적지 않아 보인다.

이런 외부의 시선을 의식한 듯 리 총리는 "온중구진(안정 속 발전) 총 기조를 유지하고 발전 모델을 변화시켜나는 가운데 전통적인 경로에 의존하지 않을 것"이라며 "거시 정책 도구들을 풍부하고 잘 사용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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