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호법 한 달] ①"밤샘 단속해도 한건도 적발 못하는 경우도"

입력 2019-01-17 09:45
수정 2019-01-17 10:08
[윤창호법 한 달] ①"밤샘 단속해도 한건도 적발 못하는 경우도"

부산경찰청 "법 시행 후 음주운전 단속·사고 모두 줄었다"

'음주운전은 살인행위' 공감대 확산…공익신고 증가도 한몫

"한 달 수치로 속단 금물"…음주운전 재범률 낮추기가 관건



(부산=연합뉴스) 오수희 기자 = "주말 하루에만 15건이 넘었던 음주운전 단속 건수가 윤창호법 이후에는 하루 1∼2건으로 줄었습니다. 단속 현장에서는 음주운전 적발 건수가 70% 정도 줄어든 것으로 봅니다."

"장소를 바꿔가며 밤샘 단속을 해도 평일에는 음주운전을 한 건도 적발 못 하는 경우가 잦아졌습니다. 앞차가 조금만 이상하게 주행해도 곧바로 경찰에 알리는 공익신고도 무척 많아졌습니다."

20년 넘게 부산에서 음주운전 단속 업무를 해온 경찰관들의 말이다.

음주운전 사망사고 처벌 강화와 운전면허 정지·취소 기준 등을 강화하는 '윤창호법' 시행 이후 부산에서 적발된 음주운전 사례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윤창호 사건을 계기로 '음주운전은 살인행위'라는 공감대가 확산한 데다, 음주 의심 차량을 보면 경찰에 알리고 검거까지 돕는 공익신고가 활성화한 덕분으로 해석된다.

17일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윤창호법이 시행된 지난달 18일∼지난 16일 부산에서 술에 취해 운전대를 잡았다가 경찰에 단속된 사례는 437건이다.



1년 전인 2017년 12월 18일∼2018년 1월 16일 음주운전 단속 건수(632건)와 비교하면 30.8% 감소했다.

음주운전 교통사고도 감소세를 보였다.

지난달 18일∼지난 16일 부산에서 발생한 음주운전 교통사고는 35건으로 1년 전 같은 기간 사고 건수(41건)와 비교하면 14.6% 감소했다.

77명이었던 부상자는 52명으로 줄었고, 사망자도 없었다.

부산에서 음주운전 단속을 담당하는 경찰관들은 윤창호법 시행 이후 음주운전이 크게 줄었고, 음주운전 의심 신고는 크게 늘어 시민의식이 높아진 것을 실감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윤창호법 시행 이후 한 달 동안 음주운전 단속 건수만으로 음주운전 문화가 개선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음주운전 단속 건수와 음주운전 교통사고는 줄었지만, 부산경찰청 관할지역에서는 윤창호법 시행 이후에도 '막 나가는' 음주운전 교통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지난 13일 오전 50분께 울산시 울주군 범서읍 울산고속도로 울산 방향 범서 정류장 부근에서 정모(28) 씨가 몰던 코나 승용차가 역주행하다가 마주 오던 고속버스와 충돌했다.

고속버스에는 승객 18명이 타고 있었으나 다행히 크게 다친 사람은 없었다.

경찰에 붙잡힌 정씨는 술 냄새를 풍기며 횡설수설했는데,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 취소 수준인 0.125%였다.

지난 10일 0시께 부산에서 음주운전 의심 신고가 112종합상황실로 접수됐다.

시민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하는 사이 차량 운전자는 동래구 온천동에서 음주단속을 하던 경찰관과 맞닥뜨렸지만, 검문에 불응한 채 그대로 도주했다.

경찰 추적을 피해 중앙선을 침범하고 교통신호를 수차례 위반한 차량은 결국 멈췄고 운전자 김모(27) 씨는 차량을 버리고 달아났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김씨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인 0.166%였다.

같은 날 부산 부산진구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40대 남성이 면허 취소 수치인 혈중알코올농도 0.125% 상태로 1t 트럭을 주차하려다 차량 5대를 잇달아 들이받기도 했다.

지난 3일 오전 11시 5분께 부산 사상구 한 아파트 앞 도로에서 만취(혈중알코올농도 0.184%) 운전자가 몰던 승용차가 반대 차로에서 오던 승용차와 부딪쳤다.

운전자는 사고 후에도 약 100m가량을 더 달리다가 도로 우측 화분을 충격한 뒤 멈췄다.

한 20대 남성은 지난달 26일 오전 5시 53분께 술에 취해 운전하다 경부고속도로 부산요금소 앞에서 음주단속에 걸리자 검문에 불응하고 시속 190㎞로 50㎞를 달아났다가 경찰에 검거되기도 했다.

최재원 도로교통공단 부산지부 교수는 "윤창호법 시행 한 달 만에 음주운전 단속 건수가 줄어든 건 고무적인 일이지만 속단은 금물"이라며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하고 음주 운전자를 상대로 한 특별 교통안전교육 시간을 늘리고 교육 프로그램을 다양화하는 대책이 꾸준히 추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윤창호법 이후 음주운전 단속에 걸린 사람들이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면서 "윤창호법 이후에도 44% 정도인 음주운전 재범률이 떨어지지 않았다면 윤창호법 시행 효과가 오래 가지 못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osh998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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