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총리, '불신임투표' 넘고 마케도니아와 합의안 지켜낼까

입력 2019-01-17 02:28
그리스 총리, '불신임투표' 넘고 마케도니아와 합의안 지켜낼까

치프라스 "투표결과 낙관…이달 내로 합의안 의회 비준 추진"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마케도니아와의 국호 변경 합의안의 국회 비준을 위해 내각 불신임 투표라는 카드를 꺼낸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운명의 날을 맞았다.

그리스 의회는 17일 자정(현지시간)께 이틀에 걸친 토론을 마무리하고, 치프라스 정부에 대한 불신임 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치프라스 총리는 그리스와 북쪽 국경을 맞대고 있는 마케도니아와의 국호 합의안에 반발해 연립정부의 한 축인 우파 그리스독립당을 이끄는 파노스 카네노스 국방부 장관이 지난 13일 사퇴해 연정이 붕괴되자, 정치적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불신임 투표를 전격 제안했다.

앞서, 마케도니아와 그리스는 작년 6월 마케도니아가 이름을 '북마케도니아'로 고치는 대신 그리스는 마케도니아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유럽연합(EU) 가입을 더 이상 반대하지 않기로 하는 합의안에 서명한 바 있다.

두 나라는 1991년 옛 유고 연방에서 마케도니아가 독립한 뒤 국호 문제로 30년 가까이 대립해왔다.

그리스는 마케도니아라는 명칭이 알렉산더 대왕의 고대 마케도니아 왕국 중심지였던 그리스 북부 마케도니아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는 것이자, 그리스의 역사와 유산을 도용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이웃나라를 인정하지 않아 왔다.

치프라스 총리는 이날 불신임투표에서 승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체 300석인 그리스 의회에서 치프라스 총리가 이끄는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은 145석으로 과반에 미달하지만, 치프라스 총리는 무소속 의원 1명과 야당 의원들의 반란표를 이미 확보해 과반인 151표를 무난히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치프라스 총리는 불신임 투표를 몇 시간 앞둔 16일 오후 아테네를 방문한 피에르 모스코비치 EU 경제담당 집행위원에게 "의회가 내각을 신임해줄 것으로 낙관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리스는 매우 중요한 시기에 놓여 있기 때문에 의회는 그리스의 안정을 지킬 것"이라며 "그리스 경제는 성장 궤도에 들어섰고, 정치적 안정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치프라스 총리는 또 불신임투표에서 살아남을 경우 마케도니아와의 합의안을 이달 안으로 의회 투표에 부쳐 최종 비준을 받으려 한다고 설명했다.

마케도니아 의회에서 최종 승인된 마케도니아와의 국호 합의안은 그리스 의회의 비준까지 거쳐야 비로소 효력을 지니게 된다.

치프라스 총리는 만의 하나로 불신임 투표가 가결될 경우에는 조기 총선을 실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치프라스 내각이 오는 10월까지인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좌초할 경우 8년에 걸친 구제금융 체제에서 작년 8월 졸업한 뒤 채권 시장 복귀와 공기업 민영화 등 후속 개혁 방안을 추진 중인 그리스 정부의 노력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EU를 비롯한 서방은 그리스와 마케도니아의 이번 합의안이 양국의 해묵은 갈등을 해소하고 관계 정상화를 가능케 함으로써, 발칸 반도의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며 일제히 반기고 있다.

반면, 발칸 반도에서 세력 확장을 노리고 있는 터라 마케도니아의 EU와 나토 가입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러시아는 마케도니아의 국호 변경 절차의 적법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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