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구경 어렵네" 올겨울 제주 눈 쌓인 날 없어
기록적 폭설 내린 지난 겨울과 대조적…1월말∼2월엔 눈 내릴까
(제주=연합뉴스) 전지혜 기자 = "올겨울 눈 구경 하기 어렵네!"
지난 겨울 기록적 폭설로 '스노우포비아'(눈 공포증)라는 말까지 나왔던 제주에서 올겨울에는 좀처럼 눈이 내리지 않고 있다.
16일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올겨울 들어 이날까지 제주(제주시 건입동 제주지방기상청) 지점에서는 적설량이 기록된 날이 없다.
지난해 12월 7일 기상청에서 진눈깨비가 날리는 것이 관측돼 올겨울 제주 해안 지역 첫눈으로 기록됐고, 이후로도 눈발이 날린 날은 있었지만 눈이 쌓여 적설량이 기록되지는 않았다.
눈 일수(눈, 소낙눈, 가루눈 등이 관측된 날)도 올겨울 들어 2018년 12월에 5일, 2019년 1월에 1일 등 총 6일밖에 되지 않는다.
제주도 동부 성산에서 지난해 12월 28일 1㎝의 적설량을 기록한 것 외에 서귀포, 고산 등에서도 적설이 관측되지 않았다.
중산간이나 산간 등지에서만 눈이 쌓인 모습을 볼 수 있는 정도다.
이는 산지부터 해안까지 제주도 전역에 지겹게 눈이 내렸던 지난 겨울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지난 겨울(2017년 12월∼2018년 2월) 제주 지점의 눈 일수는 27일에 달했다. 이는 1986년(총 33일)에 이어 32년 만에 가장 많은 것이다.
봄에 접어든다는 입춘을 전후한 2월 초에도 폭설이 내렸다. 지난해 2월 6일 제주 지점에서는 최고 14.4㎝의 적설량이 기록됐다. 이는 2월 기록으로는 1977년 2월 17일과 18일에 각각 18.1㎝, 14.7㎝의 적설량을 기록한 이후 41년 만에 최고치다.
제주공항 활주로 운영이 중단돼 항공편 결항·회항·지연이 속출하는 일도 여러 차례 있었다.
연일 제설작업을 하느라 도로관리 직원들은 녹초가 됐고, 제설제가 동나 소금을 추가로 주문하기도 했다.
한라산엔 '눈 폭탄'으로 곳곳에 1m가 넘는 많은 눈이 쌓이면서 대부분 코스에서 탐방이 열흘 넘게 통제됐다. 1100도로, 516도로 등 산간 도로도 적설과 결빙으로 연일 통제됐고 눈이 많이 내렸다 하면 시내 도로까지도 차량 통행이 어려웠다.
반면 올겨울에는 눈이 좀처럼 내리지 않다 보니 눈 구경을 하려면 한라산을 찾아야 한다. 전날부터 이날까지 산지에 눈이 다소 내리자 이날도 1100도로 등 눈꽃이 핀 곳에는 겨울 정취를 즐기려는 인파가 모였다.
김모(31·여·제주시)씨는 "아이와 함께 눈썰매를 타러 가자고 약속했는데 눈이 내리질 않아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며 "지난 겨울에는 눈이 너무 많이 와서 집 앞 골목길에서도 눈썰매를 탔었는데, 올겨울에는 눈을 구경하기조차 어렵다"고 말했다.
게다가 추위가 절정에 이르는 절기인 소한과 대한을 넘어서도 제주에 눈이 내릴 것이라는 예보는 아직 없는 상황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제주도에 눈이 내려 쌓일 정도가 되려면 대륙고기압이 크게 발달하면서 서해상에서 눈구름대가 만들어져야 하는데 올겨울에는 크게 발달하지 못했다"며 "주기적으로 남쪽 기압골 영향을 받아 난기가 유입되면서 강수는 자주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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