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국민연금 주주권행사 검토에 '촉각'…즉각 대응 자제

입력 2019-01-16 16:27
한진그룹, 국민연금 주주권행사 검토에 '촉각'…즉각 대응 자제

'스튜어드십 코드' 우려하는 재계 목소리 기대…전사적 대책 마련 부심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한진그룹은 16일 국민연금이 기금운용위원회를 열어 대한항공[003490]과 한진칼[180640]에 대한 주주권행사를 본격적으로 검토하자 논의 내용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조용히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분위기다.

한진[002320] 측은 이날 국민연금이 주주권행사 여부를 결정하지 않고 내달 초로 결정을 미루자 즉각적인 반응은 내놓지 않았다.

다만, 내부적으로는 그룹 전사적으로 경영권 방어를 위한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은 이미 작년 11월 국내 사모펀드 KCGI가 한진칼 지분을 9.0% 매입하며 2대 주주로 올라서자 KCGI 의도를 파악하고 경영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등 내부적으로 대응 방안을 모색해 왔다.

한진 측은 이날 국민연금이 대한항공·한진칼에 대한 주주권행사에 한 발 더 다가서자 공식 입장은 내지 않았지만, 재계에서 내는 우려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총수 일가가 '땅콩회항'에 이어 '물컵 갑질', 배임·횡령·밀수 등 각종 의혹과 물의를 일으켜 경영권 박탈 논란이 촉발된 만큼 직접 목소리는 내지 못한 채 '스튜어드십 코드' 시행에 부정적인 재계의 목소리에 편승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한진그룹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통해 기업활동에 관여하는 것은 정상적인 기업의 경영활동을 위축시키는 등 우려가 크다는 게 재계의 일관된 목소리다. 우리 역시 같은 우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진그룹은 내부적으로 법무·재무·홍보 등 전사적인 역량을 모아 3월에 있을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회장 일가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대책 마련에 부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KCGI에 이어 국민연금까지 오너 일가 경영권에 칼을 겨누려 하자 그룹 전체에 비상이 걸린 모양새다.

한진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는 한진칼 지분 구조를 보면 조양호 회장 일가가 28.93%, 국내 사모펀드 KCGI가 10.71%, 국민연금이 7.34%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조 회장 일가가 30% 가까운 지분으로 최대주주 자리에 있지만, KCGI와 국민연금이 힘을 합하고 크레디스위스(3.92%), 한국투자신탁운용(3.81%) 등 기관과 소액주주 의결권을 모은다면 표 대결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한항공 지분 역시 비슷한 분포로, 조 회장 일가가 33.35%, 국민연금이 11.56%, 우리사주조합이 2.14% 등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한진 측은 두 회사 모두 최대주주 자리를 지키고 있고, 우호지분도 있다며 경영권 방어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주총 당일 다른 주주들의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 확신할 수 없어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를 검토하며 대응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그룹 차원에서 한진칼 주식 등을 추가 매입해 지분율을 안정적으로 늘리는 방안과 주요 주주들과 개별 접촉을 통해 우호지분을 늘리는 방안 등을 검토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조 회장은 작년 말 업무차 미국 로스앤젤레스(LA)로 출국해 아직 현지에 체류 중이며 KCGI와 국민연금의 주주권행사 관련 사안은 수시로 보고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오늘 국민연금 결정에 대해 그룹 내에서 어떤 방침을 정하거나 대응책을 확정한 것은 없다. 앞으로 논의 추이를 지켜보며 적절한 대응책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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