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대선서 '민주화 운동가 납치' 다시 쟁점화
군 출신 야권 대선후보 인권침해사건 연루 의혹 재부각
조코위, 여론조사서 앞서지만 지지율 격차는 줄어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인도네시아 차기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과거 독재정권하에서 벌어졌던 민주화 운동가 납치 사건이 다시 쟁점화할 조짐을 보인다.
16일 트리뷴 뉴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조코 위도도(일명 조코위) 대통령과 야권 대선후보인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인도네시아운동당(그린드라당) 총재는 오는 17일 첫 TV토론을 벌인다.
첫 토론의 주제는 법률과 인권, 테러, 부패 문제가 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현지에선 수하르토의 사위로 군 요직에 있었던 프라보워 후보의 약점으로 꼽히는 인권침해 책임 논란이 재부각되고 있다.
조코위 대선 캠프의 압둘 카디르 카르딩 부위원장은 15일 기자들을 만나 "(조코위 대통령이) 방송토론에서 프라보워가 저지른 것으로 의심되는 인권침해와 실종 사건들에 대해 질문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가 언급한 사건은 수하르토 실각으로 이어진 1998년 혼란기에 군인들이 민주화 운동을 하던 학생과 운동가 23명을 납치한 것으로, 이들 중 한 명은 숨진 채 발견됐고 13명은 여태 행방이 밝혀지지 않았다.
수도권 전략사령관으로 납치를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은 프라보워는 군 인사위원회의 조사가 끝난 뒤 전역해 요르단으로 떠났다가 3년 뒤인 2001년 귀국했다.
당시 통합군사령관으로 군 인사위원장을 맡았던 위란토 현 정치법률안보 조정장관은 지난 2014년 "인사위가 프라보워의 전역을 결정한 것은 상부 지시 없이 운동가 납치를 지시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프라보워 측은 징계가 아닌 '명예제대'였다면서 이를 부인해 왔다.
납치됐다가 풀려난 운동가 중 한 명이었으나 현재는 그린드라당 소속인 데스몬드 주나이디 마헤사 하원의원은 프라보워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해당 사건을 전면 재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런 논란이 대선 판도에 영향을 미칠지는 가늠하기 힘들다.
5년 전 대선에서도 제기됐던 사안인 데다, 조코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이었던 민주화 세력이 이번 선거에선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중부 자바의 빈민가 출신으로 자수성가한 조코위 대통령은 친서민 정책과 소통형 리더십으로 2014년 대선에서 돌풍을 일으켜 유력 대선후보였던 프라보워를 누르고 군부나 기성 정치권 출신이 아닌 첫 대통령이 됐다.
그는 임기 말에 들어선 현재까지도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지만, 과거사 청산 등과 관련해선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특히, 자신의 오른팔이었던 바수키 차하야 푸르나마(일명 아혹) 전 자카르타 주지사에게 신성모독 혐의를 씌우는 데 일조한 이슬람 종교 지도자 마룹 아민(76) 전 울레마협의회(MUI) 의장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한 것이 상당한 반발을 샀다.
이와 관련해 마룹 전 의장은 기독교도인 아혹 전 주지사가 이슬람 경전을 모독했다고 법정에서 증언한 것은 잘못이었다면서 이달초 공개 사과했다.
한편, 인도네시아 여론조사기관 IPI는 지난달 6일부터 열흘간 전국 남녀 1천22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조코위 대통령의 지지율이 54.9%로 프라보워 후보(34.8%)보다 20.1%포인트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는 작년 9월 진행된 같은 조사(조코위 57.7%, 프라보워 32.3%)와 비교해 지지율 격차가 다소 줄어든 것이다.
인도네시아 차기 대선은 올해 4월 17일 총선과 함께 치러질 예정이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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