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지방공항] ⑤비행기 타고 울릉·흑산·백령도로…섬공항 연착륙할까
관광객 증가,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지자체 숙원사업으로 추진
환경 훼손 논란과 골재 확보난 등 난제 많아 '주춤'
(전국종합=연합뉴스) 국내 최초로 섬 지역에 소형공항을 건설하는 사업이 울릉도·흑산도·백령도 등 3곳에서 각각 추진돼 관심이 쏠린다.
서울에서 가려면 버스·KTX·여객선 등을 갈아타고 5∼9시간이나 걸리는 곳이지만, 공항이 들어서면 1시간 안에 모두 닿을 수 있게 된다. 아울러 관광객 증가, 지역경제 활성화, 섬 주민 생활여건 개선 등의 파급효과도 기대된다.
이 때문에 각 지방자치단체는 소형공항 건설사업을 숙원사업으로 책정해 원활한 추진을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가적으로도 이들 섬은 동해와 서해의 지리적 요충지에 있어 외국 어선의 불법 조업 감시·단속, 해상 사고 발생 시 신속한 구난·구조 활동 등 해양영토 관리 측면에서도 공항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소형공항 건설사업은 건설자재 조달 문제, 환경 훼손 문제 등의 난기류를 만나 순탄치만은 않은 실정이다.
또 사업 추진을 위해 경제효과가 과다하게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는 주장도 환경단체와 정치권 일각에서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어 공항 완공까지는 험난한 여정이 예상된다.
◇ 동해 상공 '훨훨'…울릉공항, 활주로용 바다 메울 암석 확보난에 사업 지연
정부와 경상북도·울릉군 등은 울릉도와 독도 접근성 개선과 경제 활성화를 위해 울릉공항 건설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울릉도에 공항이 들어설 땅이 부족해 울릉공항은 울릉읍 사동리 앞바다를 메운 자리에 조성될 예정이다.
50인승 경비행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울릉공항은 길이 1천200m, 폭 30m 규모의 활주로와 전체 넓이 3천500㎡ 여객터미널을 갖추게 된다.
2013년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할 당시 계획은 5천755억원을 들여 2020년까지 공항을 완공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건설자재 조달 문제가 울릉공항의 발목을 잡고 있다.
활주로를 만들려면 사동리 앞바다 23만6천㎡를 메울 돌 350만㎥가 필요하지만, 울릉도에서는 이 정도 규모의 돌을 구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애초 암석을 확보하려던 가두봉 일대에는 쓸 수 있는 돌이 83만㎥로 전체 수요의 약 24%밖에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울릉군은 결국 바다에 넣는 돌을 줄이고 콘크리트 구조물인 케이슨을 늘리는 방식으로 공법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공법을 바꾸면 예산이 6천325억원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정부와 울릉군은 총사업비 타당성 조사를 다시 하고 있다.
울릉공항은 이달 중 나올 조사 결과에 따라 정확한 예산 규모와 착공 시기가 정해질 전망이다.
울릉군은 올해 말 착공해 2022년까지 완공하는 일정을 목표로 삼고 있다.
◇ 주민 생존권 vs 환경 훼손 주장 팽팽…흑산공항 지지부진
흑산공항 건설사업은 전남 신안군 흑산면 예리 일대에서 추진되고 있다.
공항 규모는 울릉공항과 비슷하다. 50인승 경비행기가 이·착륙할 수 있고 활주로도 1천200m 길이다.
흑산도는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홍도와 연계한 관광이 활발해 공항 개항 후에는 연간 관광객이 현재의 배인 76만명에 달하고 생산유발 효과도 1천806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또 여객선 결항으로 1년에 50일은 육지로 나갈 방법이 없는 흑산도와 주변 섬 주민의 이동 편의도 대폭 개선될 전망이다.
흑산공항 총사업비는 1천833억원으로 애초 개항 목표연도는 2020년이었다.
그러나 공항 건설과 운영에 따른 환경 훼손을 우려하며 공항 건설에 반대하는 여론도 적지 않아 흑산공항 건설사업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도 작년 7월과 9월 잇따라 회의를 열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전남 신안군은 국립공원계획변경 심의 과정에서 제기된 환경과 안전 문제와 관련해 교수와 전문가 등 15명으로 흑산공항 정책자문단을 구성해 대응전략을 짜며 공항 사업 추진에 불씨를 살리고 있다.
반면 공항 건설에 반대하는 환경단체 등은 "공항 건설로 동아시아권 철새의 75%가 머무는 생태보고가 파괴된다"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전남도 관계자는 "사업이 폐기된 것이 아니라 잠시 중단된 만큼 반대 측이 우려하고 있는 환경 훼손 등에 대한 걱정을 해소할 객관적 자료를 보완해 다시 심의 절차를 밟을 것이다"고 말했다.
◇ 서해 최북단 섬에 백령공항…남북관계 훈풍에 탄력받나
서해 최북단 섬인 백령도에서 추진되는 백령공항 사업은 남북관계 개선을 계기로 탄력을 받게 될지 주목된다.
백령공항은 인천시 옹진군 백령면 진촌리 솔개간척지 127만㎡ 터에 조성될 예정이다. 활주로 길이 1천200m는 울릉·흑산공항과 같지만 백령공항은 민·군 겸용 공항으로 건설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추정 예산은 1천154억원이며 2020년 착공, 2023년 완공을 목표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백령공항은 국토교통부의 사전 타당성 조사에서 '비용 대비 편익(B/C) ' 값이 4.86을 기록, 사업 추진 기준인 1.0을 훨씬 웃돌며 사업성을 입증받았다.
이 조사에서는 2025년 기준으로 잠재 수요를 예측했을 때 운항횟수는 연간 1만2천회, 승객 수요는 48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백령공항 사업의 성패는 비행금지구역 완화에 달려 있다.
백령도를 비롯한 서해5도 상공은 북한 접경지역에 있는 지리적 특성 때문에 민간 항공기의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돼 있다. 이 때문에 백령도에 공항을 건설하려면 비행금지구역을 해제하거나 민간 항공기의 운항 항로를 별도로 지정해야 한다.
국방부는 비행금지구역 완화 적절성 여부 등을 포함한 '작전영향 평가 용역'을 최근 마무리한 데 이어, 이달 중 국토부에 그 결과를 전달할 방침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용역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오면 기획재정부 예비 타당성 조사 등 사업을 본격 추진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천혜의 관광자원을 보유한 백령도에 민·군 겸용 공항이 생기면 관광객 증가는 물론 서해 최북단 안보 역량도 강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운창 강종구 손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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