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 제네바서 중거리핵전력조약 협상…시각차만 확인(종합)

입력 2019-01-16 02:23
미-러, 제네바서 중거리핵전력조약 협상…시각차만 확인(종합)

양국 군축담당 차관 참석…"조약위반" 비난만 하고 회의 마쳐

(모스크바 제네바=연합뉴스) 유철종 이광철 특파원 = 미국과 러시아 간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이 폐기 위기에 처한 가운데 양측이 조약 유지를 위한 전문가 협상을 15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었지만 시각차만 확인했다.

이날 협상에 미국에서는 군축·국제안보 담당 안드레아 톰슨 국무 차관이, 러시아에서는 대미 관계와 군비통제 문제를 담당하는 세르게이 랴브코프 외무차관이 대표단을 이끌고 참석했다.

양측은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탈퇴 경고로 폐기 위기에 처한 INF 조약을 계속 유지하기 위한 조건을 논의하려 했지만 상대방에 대한 비난만 쏟아내고 회의장을 떠났다.

톰슨 차관은 회의를 마친 뒤 취재진에 "실망스러운 회의였다"며 "러시아가 중대한 조약위반을 하고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고 말했다.

세르게이 랴브코프 외무차관은 러시아 언론에 "책임은 명백하게 미국에 있다"고 말한 뒤 협상에서 아무런 성과도 없었고 미국이 추가 협상에 나설 것 같지도 않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대표단이 협상에 나서려는 자세를 보이지 않았다고 비난하면서 다음 회담을 제안했지만 아무런 답을 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1987년 12월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지도자가 체결한 INF는 사거리 500~1천km의 단거리와 1천~5천500km의 중거리 지상 발사 탄도·순항미사일의 생산과 시험, 배치를 전면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냉전 시대 미-소 군비 경쟁을 종식하는 토대가 된 조약으로 평가받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러시아의 협정 위반을 이유로 INF에서 탈퇴하겠다고 발표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뒤이어 12월 4일 러시아가 INF를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게 준수하지 않는 한, 미국은 60일 안에 조약 준수를 중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 당국은 특히 러시아가 2017년 초 실전 배치한 '9M729 노바토르' 순항미사일(나토명 SSC-8)의 사거리가 2천~5천km로 INF가 금지한 미사일 범주에 포함된다면서 이 미사일 폐기나 개조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는 오히려 루마니아에 이미 전개됐고 폴란드에도 배치되고 있는 미국의 유럽 미사일방어(MD) 시스템에 속한 발사대 MK-41이 사거리 2천400km의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면서 미국이 INF를 위반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미국이 러시아에 제시한 요구 조건의 이행 최종 시한은 2월 2일이다.

이번 제네바 협상에서 양측이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INF가 폐기 절차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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