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틀대는 북핵협상판…워싱턴·스톡홀름 '투 트랙' 이뤄질까
北최선희 스톡홀름行 놓고 관측 분분…비건 접촉·이도훈 합류 가능성 주목
워싱턴서 이르면 17∼18일 폼페이오-김영철 간 고위급회담 관측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북미 고위급회담이 임박한 것으로 전해진 상황에서 갑자기 스웨덴으로 향해 그 배경이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최 부상이 스티븐 비건 미국 대북특별대표와의 회담을 염두에 두고 움직였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 경우 미국에서 진행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간 고위급회담과 비건-최선희 간 실무협의가 '투 트랙'으로 진행되는 셈이다.
최 부상은 스웨덴에서 열리는 국제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15일 경유지인 중국 베이징에 도착했다.
최 부상이 김영철 부위원장이 이끌 고위급회담 북한 대표단에 포함될 필요는 없다. 지난해 5월 김 부위원장의 방미 때도 최 부상은 그를 수행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미외교를 담당하는 고위 외교관인 최 부상이 이르면 17∼18일 미국에서 북미 고위급회담이 열릴 것으로 점쳐지는 상황에서 국제회의 참석을 위해 스웨덴을 향하는 모습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외교 소식통들에 따르면, 스웨덴의 한 민간기관은 몇 달 전 남북한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6자회담 참가국을 상대로 국제회의를 연다며 초청장을 보냈는데 최 부상이 이에 응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런 형식의 국제회의는 자주 추진되지만, 북한이 응하는 경우는 드물다.
한 소식통은 "북한이 참여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는데 최선희 부상이 참여한다고 해서 놀란 게 사실"이라며 "각국이 그 배경을 놓고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일단 최 부상이 비건 대표와 2차 북미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실무협상을 하기 위해 스톡홀름으로 향했을 가능성이 있다. 스웨덴은 과거 북한과 미국 간 1.5트랙(반민 반관) 접촉 장소로 자주 활용됐다.
우리 정부도 미국과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한편 북핵 수석대표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의 스톡홀롬 출장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 부상이 참석하는 것으로 확인된 이상 이 본부장이 아니더라도 정부 관계자가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최 부상이 비건 대표와의 만남을 위해 굳이 국제회의를 구실로 움직일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북미 회동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울러 최선희-비건 간 실무협상은 고위급회담에서 큰 그림이 그려진 뒤에 이뤄지는 게 자연스럽다.
이 소식통은 "최선희 부상의 스톡홀름행과 관련해 북미 간에 사전에 논의가 이뤄지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최 부상이 지금의 북미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직접 언론을 향해 할 말이 있어 스톡홀름을 찾은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그가 이날 베이징 공항에서 행선지와 북미회담 등에 대한 질문에 "스웨덴 국제회의에서 이야기하죠"라고 대답한 점에 미뤄 스웨덴에서 관련 사항을 언급할 가능성이 있다.
만약 북미 고위급회담이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는다면 그가 북미 협상과 관련, 부정적인 입장을 밝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하지만 북미 간 최근 접촉 흐름은 긍정적인 것으로 전해져 이럴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는 관측이 많다.
일각에서는 최 부상이 최근의 북미 협상과는 무관하게 스웨덴을 찾았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미국의 전직 관료 또는 대북 전문가와 1.5트랙(반관반민) 협의를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 고위 외교관이 국제 무대에 나왔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결국 최선희 부상이 스웨덴을 찾는 '진짜 목적'이 무엇인지, 스톡홀름과 워싱턴에서 동시 또는 순차적으로 북미대화가 이뤄질지 등은 하루이틀 더 지켜봐야 확인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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