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결제손님 한 달간 겨우 1명"…갈 길 먼 부산 제로페이
불편한데다 홍보도 부족…이용 저조로 일부는 QR코드 반납하기도
(부산=연합뉴스) 박창수 손형주 기자 = "제로페이로 결제한 손님은 지난 한 달간 1명에 불과했습니다. 오히려 알리페이로 결제하는 중국인 관광객이 더 많습니다."
"제로페이 도입을 환영하지만, 손님이 이용하지 않으니 무슨 소용입니까."
소상공인 카드수수료 부담을 덜기 위해 도입한 제로페이의 갈 길이 멀어 보인다.
15일 부산소상공인희망센터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부산에 처음 도입된 제로페이 가맹점은 지금까지 400여곳에 불과하다.
총 600여곳이 신청했는데 나머지는 심사를 거쳐 올해 3월께나 QR코드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부산에서 제로페이는 지난해 12월 17일 자갈치시장과 부산시청 인근에 시범 도입됐다.
올해 1월 1일부터는 시내 전역으로 확대됐다.
시범 지역만 놓고 보면 가맹점 수는 118곳에 불과했다.
자갈치시장은 72곳이 제로페이 가맹점에 가입했는데 이용률은 여전히 저조하다.
자갈치 상인 10여명은 이용률 저조 등을 이유로 QR코드를 자진해서 반납하기도 했다.
제로페이는 고객이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인식해 판매자 계좌로 결제금액을 자동 이체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직전 연도 매출 8억원 이하 소상공인은 수수료가 없으며, 이용객도 가맹점 이용금액에 국한해 40%의 소득공제 우대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제로페이 가입 점포 수와 이용객 저조에 대한 진단도 제각각이다.
소상공인센터에서는 소상공인이 새로운 결제시스템을 이용하는 데 불편을 느끼면서 가맹점 가입을 꺼린다고 분석했다.
소상공인센터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나이 많은 상인과 고객이 대부분인 자갈치시장 특성 때문에 제로페이에 대한 인식이 낮은 게 사실"이라며 "전포 카페거리 등 젊은 층이 많이 찾는 곳에서는 제로페이가 정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상인들은 홍보 부족으로 이용률이 저조하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김종진 자갈치시장 부산어패류처리조합장은 "상인들은 제로페이 도입을 환영하며 활용 교육을 받는 등 적극적이지만 정작 제로페이를 모르는 고객이 더 많다"고 말했다.
자갈치시장에서 활어를 판매하는 이준호 씨 역시 "손님 대부분이 제로페이를 알지 못하며 기존 결제 방식인 신용카드로 지불하려 한다"며 "홍보가 너무 안 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부산소상공인센터는 제로페이 활성화를 위해 홍보를 강화할 방침이다.
서포터즈 80명을 동원해 홍보 활동을 벌이는 한편 온라인 등을 통해서도 제로페이를 알리고 있다.
제로페이와 연계한 특례보증 상품을 개발해 가맹점 가입을 유도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제로페이 가맹점 가입은 부산신용보증재단, 부산은행, 새마을금고 영업점은 물론 행정복지센터를 통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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