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클러만 터졌더라도"…화재 피해 규모 '천지 차이'

입력 2019-01-15 14:03
수정 2019-01-15 15:43
"스프링클러만 터졌더라도"…화재 피해 규모 '천지 차이'

밀양·제천 참사 건물 스프링클러 없거나 미작동

스프링클러 제대로 작동한 곳은 신속 진화



(천안=연합뉴스) 정윤덕 기자 = 다수의 사상자를 낸 충남 천안 라마다앙코르호텔 화재 당시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화재 시 스프링클러의 중요성이 또다시 주목받고 있다.

스프링클러가 능사는 아니지만 작동 여부에 따라 피해 규모가 천지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작은 불티가 안타까운 참사로 번진 대표적인 예는 1년 전 잇따라 벌어진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와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

천안 호텔 화재 현장 아비규환…일부 투숙객 창 매달려 구조요청 / 연합뉴스 (Yonhapnews)



2017년 12월 21일 29명이 숨지고 40명이 다친 제천 참사는 갖가지 부실이 복합적으로 얽히고설킨 인재였지만 당시 일차적으로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아 불길 확산을 막지 못했다.

건물주가 불이 시작된 1층의 스프링클러 알람 밸브를 잠가뒀기 때문이었다.

한 달 뒤 39명이 숨지고 150여명이 부상한 세종병원에는 아예 스프링클러가 없었다.

의료시설(특정소방대상물)의 경우 4층 이상이면서 바닥면적 1천㎡ 이상인 의료시설(특정소방대상물)은 의무적으로 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을 설치해야 하지만 5층 규모 세종병원은 바닥면적이 224.69㎡여서 설치 의무 대상이 아니었다.



지난해 11월 9일 화재로 7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다친 서울 종로구 국일고시원 역시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았다.

이들 참사가 이어진 뒤 정부가 바닥면적 합계 600㎡ 이상 병원급 의료기관과 지어진 지 오래돼 소방시설 설치 의무에서 벗어나 있던 고시원, 산후조리원에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하는 등 대책을 마련했으나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였다.



반면 스프링클러가 정상 작동한 고층 건물 화재는 대부분 조기 진화됐다.

지난해 12월 25일 부산의 한 30층짜리 아파트 28층 복도에서 불이 나 입주민 100여명이 대피했으나 연기 흡입 등 인명피해는 없었다.

화재 직후 경보기가 울리고 스프링클러가 작동해 5분 만에 불이 꺼져 재산 피해도 복도에 있던 쓰레기 바구니가 타고 근처 벽면 일부가 그을리는 등 30만원에 그쳤다.

같은 달 20일 경기 화성시 동탄신도시에 있는 초고층 주상복합건물 메타폴리스 44층에서 난 불도 경보기와 스프링클러가 정상 작동한 덕에 경상자 1명만 내고 25분 만에 진화됐다.

메타폴리스 상가부속 건물에서는 2017년 2월에도 불이 났는데 당시에는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아 조기 진화가 이뤄지지 않았고 화재경보도 울리지 않아 4명이 숨지고 47명이 다쳤다.



지난 14일 1명이 숨지고 소방관 4명을 포함해 19명이 부상한 천안

라마다앙코르호텔 화재 당시 건물 천장에 설치된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조사를 맡은 한 소방관은 "정확한 것은 조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지하에서 불길이 꺼지지 않고 계속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으로 볼 때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이 호텔은 앞서 지난해 7월 한 민간 시설관리업체에 의뢰해 받은 종합 정밀검검에서 '스프링클러 감지기 고장'이 적발됐다.

관할 소방서의 수리 명령에 곧바로 개선했고 소방서 직원이 직접 나가 '문제없음'을 확인했다고는 하지만, 화재 당시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았다면 수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거나 점검이 부실했다는 결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

cobr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