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사회적 대토론 '승부수' 오늘 시작…실효 거둘까
마크롱 15일 노르망디 소도시 대토론에 직접 참석키로
"국가적 불만 팽배…결론 도출해 실제 정책에 반영할 의지가 관건"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노란 조끼 시위 국면의 타개책으로 제시한 사회적 대토론이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마크롱의 승부수에 대한 의구심이 큰 상황에서 정부가 토론에서 결론을 도출해 정책에 반영할 의지를 갖췄느냐가 관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프랑스 정부는 15일(현지시간)부터 3월 중순까지 두 달간 전국에서 국가와 사회가 당면한 전반적인 문제들에 대한 사회적 대토론에 들어간다.
마크롱 대통령이 지난 13일 저녁 사회적 대토론 시작에 앞서 공개한 대국민 서한에서는 ▲어떤 세금부터 먼저 줄여야 하는지 ▲우선으로 폐지할 공공서비스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주민투표 등 직접민주주의 방식을 더 많이 도입해야 하는지 ▲행정조직이 지나치게 비대하진 않은지 등 정부지출의 크기와 조세 정책, 민주주의의 제도적 측면 등에 초점이 맞춰졌다.
마크롱은 "어떤 질문도 금지된 것은 없다"고 했지만, 사형제 부활, 낙태 금지, 난민 인정 제도 폐지 등은 논의 대상에서 제외했다.
특히 그는 "세금이 높다면 기업들의 투자를 유도해 일자리와 성장을 이끌 재원이 고갈될 것"이라며 관련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도입된 조치들을 원상태로 되돌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노란 조끼'(Gilets Jaunes) 연속시위에서 분출된 부유세(ISF) 부활 요구를 일축한 것으로 해석됐다.
마크롱은 대토론의 시작일인 15일 노르망디 지방의 소도시 부르그테룰드를 방문해 직접 대토론에 참여하기로 했다.
그러나 두 달째 이어진 노란 조끼 연속집회에 따른 정치적 위기 타개책으로 마크롱이 제시한 대토론이 실효를 거둘지 의구심이 큰 상황이다.
'노란 조끼' 운동의 대표 얼굴로 떠오른 인물 중 한 명인 막심 니콜은 14일 유튜브 영상에서 마크롱의 대국민 서한에 대해 "토론은 모든 것에 대해 말하는 것인데 당신이 이것은 토론하고 저것은 토론하지 않는다고 하면 그건 '입 닥치고 내 말이나 들어'라는 뜻"이라고 비난했다.
급진좌파 '프랑스 앵수미즈'(굴복하지 않는 프랑스) 소속 에릭 코커렐 하원의원도 트위터에서 "국민이 토론하고 주피터가 결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마크롱은 권력을 자신에게로 지나치게 집중시키는 등 권위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이유로 '주피터'(로마신화의 최고신으로, 그리스신화의 제우스에 해당)라는 달갑지 않은 별칭을 갖고 있다.
여론도 대토론에 다소 회의적인 기류다. 지난주 여론조사업체 오독사-덴츠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32%가 사회적 토론에 참여하겠다고 답했지만, 응답자의 70%는 이번 토론이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하지 못할 것이라고 답했다.
중도좌파 성향의 일간지 리베라시옹은 "대토론을 통해 마크롱이 잔여임기 3년을 구하려 하지만, 국가적인 분위기는 불만이 팽배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마크롱은 오는 3월 15일까지 두 달간 대토론을 이어간 뒤 한 달 이내에 정부가 그로부터 얻은 결론을 제시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대토론 자체보다는 정부가 다양한 요구들을 모아 결론을 도출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정책을 수정·개선하려는 의지를 갖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력지 르 몽드는 14일 온라인판 사설 '마크롱의 고위험 도박'에서 "대토론의 성공은 마크롱이 국민의 제안으로 정책 방향을 수정할 수 있음을 실제로 받아들이느냐에 달렸다. 수박 겉핥기식으로 몇 개 제안만 수용하는데 그칠 경우 5월 유럽의회 선거국면을 기점으로 그는 지금보다 훨씬 더 큰 사회적 불만에 직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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