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 해외연수 무용론…"앗 뜨거워" 조기귀국도 잇따라

입력 2019-01-14 13:59
지방의회 해외연수 무용론…"앗 뜨거워" 조기귀국도 잇따라

국민 70% '연수 금지'…호주·베트남행 이틀만에 발길 되돌려



(전국종합=연합뉴스) 경북 예천군의회 의원이 해외연수 중 현지 가이드를 폭행하고 추태를 부려 국민적 공분을 사면서 해외연수 자체를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리얼미터가 최근 CBS 의뢰를 받아 전국 유권자 50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 지방의원 해외연수 전면금지에 대한 질문에 70.4%가 찬성했다.

지역·연령·이념성향 등을 가리지 않고 해외연수 전면금지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많았다.

찬성률이 70%를 웃돈 지역으로는 부산·울산·경남(찬성 76.6%), 대전·충청·세종(74.9%), 경기·인천(71.4%) 등이 있다.

연령별 해외연수 폐지 찬성률은 20대 81.3%, 30대 72.8%, 50대 71.7% 등이다.

정의당 울산시당도 최근 보도자료를 내고 "경북 예천군의회 해외연수 기간 중 여행사 직원 폭행 사건이 온 국민의 지탄을 받고 있다"며 "울산시의회를 비롯한 기초의회는 외유성 해외연수를 폐지하라"고 촉구했다.

정의당은 "7대 시의회가 개원한 지 3개월도 되지 않아 동남아와 러시아로 해외연수를 단행했고 지난 연말에도 터키와 중국으로 연수를 떠났다"며 "다녀온 뒤 내는 성과보고서는 부실하기 짝이 없어 연수가 아닌 관광이라는 비판을 감수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일부 지방의회가 예천군의회 사태 이후에도 외유성 해외연수를 강행했다가 비판에 직면해 조기 귀국하는 일이 잇따르면서 해외연수 무용론은 확산하는 모습이다.

인천시 계양구의회 자치도시위원회 소속 구의원 4명과 수행공무원 2명은 이달 10일 오후 호주·뉴질랜드 해외연수를 위해 출국했다가 호주 현지에서 급하게 비행기 표를 구해 12일 오후 귀국했다.

8박 9일 일정으로 호주와 뉴질랜드를 방문할 계획이었던 이들은 호주에서 단 하루밖에 머무르지 못했다.

구의원들은 10일 오후 출국해 11일 오전 7시(현지시각) 호주 시드니공항에 도착했고, 다음날 오전 9시에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들은 당초 호주 블루마운틴과 오페라하우스, 뉴질랜드 와이토모 동굴·테푸이아 민속마을·타우포호수·해안공원 등을 방문할 예정이었다.

베트남으로 연수를 갔던 경북 시·군 의장 18명 등 방문단 40여명도 관광성 해외연수를 떠났다가 출국 이틀만인 이달 11일 새벽 조기 귀국했다.

이들은 11일 오후 현지 유명산과 사원이 있는 옌뜨국립공원을, 12일에는 세계적 관광지인 하롱베이를 둘러볼 계획이었다.



정부는 지방의회 해외연수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감시를 강화하기로 했다.

행정안전부는 지방의원 해외연수 관련 규정이 담긴 '지방의회의원 공무 국외여행 규칙' 표준안을 전면 개선해 권고할 예정이다.

개선안에는 지방의원 해외연수의 '셀프 심사' 차단, 부당지출 환수 방안 마련, 정보공개 확대, 페널티 적용 등이 담겼다.

또 공무 국외여행 심사위원장은 지방의원이 아닌 민간 위원이 맡도록 했다. 현재 지방의원이 심사위원장을 맡은 지방의회는 전국 153곳으로, 자신들의 국외여행을 직접 심사하는 셀프 심사라는 비판이 있었다.

심사에 필요한 여행계획서 제출 시한도 현행 '출국 15일 이전'에서 '출국 30일 이전'으로 변경한다.

공무 국외여행이 부당했다고 판단되면 그 비용을 환수한다는 근거 규정도 마련한다.

해외연수 결과 보고서뿐 아니라 계획서도 지방의회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연수 결과를 본회의나 상임위원회에 보고하도록 했다.

(손대성 장영은 홍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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