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축구 '스파이게이트'로 시끌…부정행위 vs 축구계 관행
챔피언십 리즈의 비엘사 감독, 상대팀 훈련장에 직원 보내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잉글랜드 축구계가 때아닌 '스파이게이트'(spygate)로 시끄럽다.
지난 12일(한국시간) 잉글랜드 프로축구 2부 리그 챔피언십의 리즈와 더비 카운티의 경기를 앞두고 리즈의 직원 하나가 더비의 훈련 장소에서 '수상한 행동'을 하다가 적발됐다.
더비는 쌍안경을 든 남성이 훈련장 밖에서 염탐하는 것을 보고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남자를 조사한 후 돌려보냈다.
마르셀로 비엘사 리즈 감독은 곧바로 염탐 사실을 인정했다.
아르헨티나와 칠레 대표팀 감독을 지낸 아르헨티나 출신의 비엘사는 "리즈 사람이 맞다. 내 책임이다. 구단에 허락을 구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그것이 합법인지 불법인지 옳은지 그른지는 중요치 않다. 프랭크 램퍼드 더비 감독과 더비가 그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한 것으로 된 거다. 내가 잘못 행동했다"고 시인했다.
그러면서 "정당화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아르헨티나 대표팀 시절부터 이 전략을 활용했다"며 "불법도 아니고 공공연하게 그랬다. 언론에도 얘기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리즈 구단도 더비에 정식으로 사과하며 "비엘사 감독을 비롯한 코치진에게 구단의 근간이 되는 진실성과 정직성에 대해 되새겨줄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리즈는 12일 더비에 2-0으로 승리하며 챔피언십 선두 자리를 굳혔다. 2위와의 승점은 4점 차로 프리미어리그 승격을 바라보게 됐다.
비엘사의 상대 팀 염탐을 놓고 페어플레이 정신에 위배된 부정행위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램퍼드 감독은 영국 스카이스포츠에 "스포츠맨 차원에서 잘못된 일"이라며 "경기 준비를 방해했다. 지고 나서 변명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기든 지든 비기든 같은 얘기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축구 작가 헨리 윈터는 트위터에서 "비엘사는 훌륭한 감독이지만 상대 팀 훈련장에 스파이를 보낸 건 동료를 완전히 무시한 행위"라고 비난했다.
반면 축구계에 통용돼온 오랜 관행이자 전략이라는 반론도 있다.
잉글랜드 대표선수 출신의 게리 네빌은 상대를 염탐하는 것이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선 꽤 흔한 일이라며 자신이 늘 그래왔다는 것을 인정한 비엘사 감독을 높이 샀다.
네빌은 또 잉글랜드 기자들이 대표팀 훈련을 훔쳐보는 것을 들며 언론의 위선을 지적하기도 했다.
또 독일의 축구 작가 라파 호닉슈타인은 분데스리가에서 베르더 브레멘이 호펜하임의 훈련을 염탐하다 들켜 사과한 후 호펜하임 감독이 "상대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는 건 칭찬할 만한 일"이라고 반응한 것을 소개했다.
지난해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조별리그 상대인 스웨덴 대표팀이 우리 대표팀 사전캠프를 염탐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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