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 국제사회 마두로 불인정 반박…"국민만이 합법성 부여"

입력 2019-01-12 06:09
베네수, 국제사회 마두로 불인정 반박…"국민만이 합법성 부여"

우파 야권, 정권퇴진·재선거 요구…수백명 항의시위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베네수엘라가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재임을 인정하지 않고 재선거를 촉구한 미주기구(OAS)의 결의안을 국제법을 어긴 위험한 처사라고 비난했다고 베네수엘라 관영통신 AVN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외교부는 이날 성명을 내 "미주기구의 결의안은 국제법을 위반한 위험한 처사"라면서 "평화를 바라는 국민 권리에 대한 위협"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베네수엘라 정권 교체 정책 강화라는 목적 아래 우리 국민과 정부에 대한 범법적인 공격 캠페인을 장려하려고 미국에 의해 강압된 조치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어 "결의안에 서명하기를 거부한 국가들에 감사를 표한다"면서 "거부 국가들은 이런 조작이 우리 국민의 평화에 대한 권리를 위협하고 중남미와 카리브해의 안정을 위태롭게 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성명은 "베네수엘라의 권력에 합법성을 부여할 수 있는 유일한 주권은 오로지 국민에게 있다"고 마무리 지었다.

마두로 대통령은 전날 미국을 비롯한 우파 국제사회의 반대 속에 두 번째 6년 임기를 시작했다. 그는 주요 야당이 불참한 가운데 지난해 5월 치러진 조기 대선에서 67.7%를 득표해 재선에 성공했다. 야권의 분열 속에 출마한 야당 후보 엔리 팔콘은 21%의 표를 얻는 데 그쳤다.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미주기구(OAS)는 취임식 직후 특별총회를 열어 마두로 대통령의 재임이 불법이라고 비난하고 재선거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찬성 19표 대 반대 6표로 채택했다. 8개국은 기권했으며 한나라는 표결에 참석하지 않았다.

미국도 마두로 대통령의 재임이 불법이라고 규정했으며 파라과이는 베네수엘라와의 외교 관계를 단절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미국은 창피할 줄 모르는 개입을 통해 베네수엘라의 주권을 명시적으로 침해했다"며 마두로 대통령의 재임을 두둔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대변인은 전날 "선출된 정부에 대한 인정 여부는 우리의 역할이 아니다. 우리는 베네수엘라 정부와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밝혀 미국 등 일부 우파 국가들과 다소 상반된 입장을 표명했다고 중남미 위성방송 텔레수르는 전했다.



마두로 대통령의 취임 이튿날 야권은 정권 퇴진과 재선거를 요구하고 나섰다.

수백명의 야권 지지자는 이날 수도 카라카스에 있는 유엔 사무실 앞에서 '독재자 마두로는 물러나라' 등 구호를 외치며 항의 집회를 개최했다.

우파 야권이 장악한 국회를 대표하는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은 지지자들에게 "국제사회가 반대한 마두로 대통령을 대신해 임시로 대통령직을 수행할 준비가 돼 있다"며 "마두로를 교체하기 위한 재선거를 주관할 과도 정부를 구성하기 전에 국민과 군부, 국제사회의 지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을 위시한 미주 우파 국가들의 기대와 달리 마두로 정권의 복지정책에 찬성하는 서민과 저소득층 등의 지지가 만만치 않은 데다 군부가 여전히 마두로 정권에 충성을 유지하고 있어 현실적으로 과도 정부 구성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마두로 첫 집권 후반기에 치러진 잇단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선거 불참 등을 놓고 분열된 야권을 상대로 압승을 거둔 점은 이를 뒷받침한다.

과이도 의장은 지지자들에게 오는 23일 전국적인 항의 시위에 동참해달라고 촉구했다. 1월 23일은 1958년 마르코스 페레스 히메네스 독재정권이 대중 봉기로 무너진 날이다.

penpia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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