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잠근 채 소란 피우자 경찰이 전기차단…대법 "정당한 집행"
"범죄 진압·예방 위한 적절한 조치"…'공무집행방해 무죄'로 본 2심 다시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이웃집에 소란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소란을 피운 사람을 집 밖으로 나오게 하려고 전기를 차단한 것은 정당한 공무집행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문 모(51)씨의 상고심에서 '경찰의 전기차단을 정당한 공무집행이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유죄 취지로 부산지법 형사항소부에 돌려보냈다고 12일 밝혔다.
재판부는 "주거지에서 음악 소리를 크게 내거나 큰 소리로 떠들어 이웃을 시끄럽게 하는 행위는 경범죄로 정한 '인근소란'에 해당해 경찰은 이를 예방·진압하기 위해 필요한 제지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기를 일시적으로 차단해 소란 행위자가 집 밖으로 나오도록 유도한 것은 범죄 진압·예방을 위해 적절한 조치"라고 판단했다.
경찰은 2016년 6월 소란행위 신고를 받고 출동했지만 문씨가 문을 열어주지 않자 집 밖으로 나오게 할 뜻에서 전기를 차단했다. 그러자 문씨는 흉기를 들고 나가 '죽여버린다'고 협박했고,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에서는 경찰의 전기차단 행위가 정당한 공무집행인지가 쟁점이 됐다. 정당한 공무집행이 아니면 이를 방해했더라도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1심은 "경찰관이 112신고 업무처리에 관한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했다"며 징역 8월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경찰관들의 전기차단 조치는 범죄행위의 예방을 위한 경고라고 볼 수도 없고, 구체적 직무집행에 관한 법률상 요건과 방식을 갖추지 못해 정당한 공무집행이라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전기차단은 적절한 조치'라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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