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육군 공병단에 재해복구 예산 '장벽' 전용 검토 지시
미 언론 잇따라 보도…"국가비상사태 선포 검토"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셧다운 국면 돌파를 위해 비상사태 선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백악관이 국경장벽 건설 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육군 공병단에 재해복구지원 예산을 전용할 수 있는지 검토해줄 것을 지시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일(현지시간) 의회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AP통신도 백악관이 육군 공병단에 예산 전용 가능성을 조사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고, 워싱턴포스트(WP)는 미 정부가 특히 지난해 의회를 통과한 139억달러 규모의 재해구호 기금 법안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전했다.
연방법에 따르면 긴급사태 발생 시 대통령은 군사용 건설 프로젝트를 중지하고 그 자금을 전용할 수 있다.
의회는 지난해 홍수 등 피해를 입은 푸에르토리코와 텍사스, 캘리포니아 및 플로리다 등지의 재해복구 프로젝트를 위한 예산을 승인한 바 있다.
국경장벽 건설 예산을 둘러싼 백악관과 민주당의 극한 대립으로 셧다운(연방정부 직무 일시 정지)이 이날로 20일째 접어든 가운데 백악관에서는 국가비상사태 선포가 셧다운 해소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저널은 전했다.
이에 따라 백악관 관리들은 10일 육군 공병단에 지난해 통과된 복구지원 예산에 따라 시행 중인 이들 지역의 복구지원 프로젝트 가운데 어느 프로젝트가 연기가 가능한지, 그리고 그 예산을 국경장벽 건설에 전용할 수 있는지 관련 법안을 면밀히 조사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저널은 전했다.
이에 대해 앤서니 브라운 하원의원(민주, 메릴랜드)은 "이들 자금은 미국인들을 자연재해로부터 보호하고 피해를 본 커뮤니티를 재건하기 위한 프로젝트 용도"라면서 (예산을 전용할 경우) 푸에르토리코나 휴스턴과 같은 지역을 보호하기 위한 자원이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저널에 따르면 백악관 참모들은 현 셧다운 국면을 돌파하기 위해 비상사태 선포를 유력한 대안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장벽 건설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한편으로 의회가 승인한 지출법안에 서명함으로써 일단 연방정부 기능을 '정상화'한다는 것이다.
비상사태 선포는 민주당의 즉각적인 제소로 법적 분쟁으로 비화, 장기화할 것이 명백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지지자들에게 자신이 지난 대선 주요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을 보여줄 수 있다는 계산이다.
백악관의 한 관리는 저널에 "시기가 문제이지 언젠가는 취해질 것"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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