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5년만에 그리스 방문…"그리스 재기 돕겠다"(종합)

입력 2019-01-11 12:22
수정 2019-01-11 17:25
메르켈, 5년만에 그리스 방문…"그리스 재기 돕겠다"(종합)

치프라스 총리 만나 구제금융 후 관계·난민·마케도니아 국호변경 등 논의

긴축에 반발하는 좌파·극우단체는 항위 시위…경찰, 최루탄 발포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삼엄한 경비 속에 10일 오후(현지시간) 아테네에 도착, 이틀에 걸친 그리스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저녁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와 만나 그리스의 구제금융 체제 이후의 양국 관계의 증진 방안을 논의했다.

메르켈 총리가 그리스를 찾은 것은 약 5년 만이다. 그리스가 재정난으로 국가 부도 위기에 몰려 유럽연합(EU),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채권단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고 있던 시점에 이뤄진 그의 2014년 방문은 긴축에 항의하는 성난 시위대의 격렬한 시위로 얼룩진 바 있다.



치프라스 총리는 회담 후 "게으른 그리스인과 엄격한 독일인이라는 고정관념은 끝났다. 우리는 새로운 시대에 들어서고 있다. 독일과 그리스 사이의 협력은 향후 결정적으로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DW)가 전했다.

그는 또 메르켈 총리에게 "지난번 방문 때는 위기가 절정에 달했을 때"라며 "지금 당신이 방문한 곳은 (예전과) 다른 그리스, 엄청난 고난 뒤에 금융위기를 극복해낸 그리스다"라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번 방문과 내가 할 일의 목적은 그리스가 재기해 시장에서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메르켈 총리는 그리스가 국제 금융시장에 복귀할 것으로 보는지 묻는 질문에 "물론 그렇다"라며 이같이 답했다.

독일은 3차례에 걸친 그리스의 구제금융 기간 개별 국가로는 가장 많은 돈을 그리스에 빌려줬다. 그 대신 연금과 임금 삭감, 세금 인상 등 고통스러운 긴축을 앞장서 요구해 그리스 시민들로부터 큰 원성을 샀다.



메르켈의 이번 방문에서도 구제금융에 불만을 표출해온 좌파와 극우 단체를 중심으로 항의 시위가 펼쳐졌고, 결국 경찰은 최루탄을 쏴 시위대를 진압했다.

DW는 경찰이 시위대가 정부 청사에 접근하는 것을 막기 위해 약 700명 규모의 시위대에 최루탄을 발포했다고 전했다.

앞서 경찰은 시위가 과열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2천명의 경찰과 헬기, 드론 등을 동원해 아테네 중심가에 대한 철통 경비에 나섰다.

경찰은 또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아테네 시내 대부분 지역에서의 시위를 금지하고, 주요 거리와 지하철 역도 폐쇄했다.



메르켈 총리는 그리스 방문에 앞서 현지 일간 카티메리니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몇년 간 많은 그리스인들이 큰 어려움을 겪은 것을 알고 있다"며 "유럽은 3차례의 구제금융을 매개로 그리스에 연대를 표명했고, 재정 안정을 달성하기 위한 그리스 정부의 개혁 작업을 지지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작년에 3차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완수함으로써 그리스는 큰 진전을 이뤘다"며 "이는 미래를 위한 보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리스는 2010년부터 8년 동안 이어진 구제금융 체제 동안 재정 지출을 큰 폭으로 삭감하는 등 허리띠를 바짝 졸라맨 탓에 경제 규모는 4분의 1가량 쪼그라들었고, 전체 국민의 약 3분의 1은 빈곤층으로 전락했다.

또한, 실업률과 청년실업률은 한때 각각 28%, 58%까지 치솟았다. 현재는 실업률이 19%를 하회하는 선까지 떨어졌다.

그리스는 작년 8월에 국제채권단의 구제금융을 졸업했으나, 국내총생산(GDP)의 180%에 달하는 막대한 부채를 안고 있는 국가 재정을 정상 궤도에 올릴 때까지 상당 기간 국제 채권단의 엄격한 감독을 받아야 한다.



메르켈 총리와 치프라스 총리는 이날 회담에서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들어오는 난민문제와 마케도니아의 국호 변경 등 역내 주요 현안에 대한 의견도 교환했다.

그리스는 이탈리아, 스페인과 함께 유럽행 이민자들의 주요 유입 통로가 되고 있다. 다만 반(反)이민 노선의 이탈리아와 달리 그리스는 이민 정책과 관련해 메르켈 총리와 보조를 맞추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회담 후 유럽연합(EU)이 터키와 체결한 현재의 난민 합의를 단호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에게해 동부의 난민 캠프를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터키에서 에게해를 건너 그리스에 유입된 난민들의 터키 송환이 기대만큼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는 데 대한 안타까움도 나타냈다.

메르켈 총리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그리스와 함께 건설적으로 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U는 2016년 3월 터키와 협정을 체결, 터키로부터 그리스에 도착한 난민 중 불법 이주민을 터키가 다시 전부 받아들이는 대가로 터키에 자금을 지원하고, 터키 국민에 대한 비자 면제 요건 완화 시기를 앞당기기로 합의한 바 있다.

[로이터제공]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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