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콩고, 독립 59년만에 선거로 첫 정권교체…부정선거 의혹(종합2보)

입력 2019-01-10 22:40
민주콩고, 독립 59년만에 선거로 첫 정권교체…부정선거 의혹(종합2보)

선관위 "야당 후보 치세케디 당선"…카빌라 부자 22년 세습집권 종식

프랑스·벨기에·가톨릭교회 개표 결과에 의문

2위 파율루 반발…치세케디-카빌라 '밀실거래설' 제기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아프리카의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이 선거를 통해 평화적인 정권교체를 이뤄냈다.

민주콩고에서 군사 정변이나 세습 등이 아닌 선거로 정권이 교체된 것은 1960년 6월 벨기에로부터 독립한 이후 59년 만에 처음이다.

그러나 개표 결과에 대한 의혹이 식지 않으면서 정치적 후폭풍과 유혈 충돌도 우려된다.

10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CENI)는 지난달 30일 치러진 대통령선거에서 야당 민주사회진보연합의 펠릭스 치세케디(55) 후보가 당선됐다고 발표했다.

중간 집계 결과 치세케디 후보가 38.57%를 득표했다.

이로써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로랑 카빌라 전 대통령(1997∼2001년 암살)과 그 아들인 조셉 카빌라 현 대통령이 세습하며 집권한 22년 통치가 종식됐다.

카빌라 부자 이전에는 쿠데타로 집권한 독재자 모부토 세세 세코가 1965∼1997년까지 장기 집권했다.

[로이터제공]

치세케디 후보는 대선 승리를 선언하면서 "그 누구도 야당이 승리하는 시나리오를 상상하지 못했다"며 "우리는 조셉 카빌라 대통령을 더는 적수가 아닌 민주적인 정권 이양의 파트너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치세케디 후보는 대선 전까지 인지도가 낮았지만 카빌라 부자의 정적(政敵)이자 민주콩고의 유력한 야권 지도자인 부친의 '후광'을 발판삼아 대선에서 승리했다.

그와 경합한 에마뉘엘 라마자니 샤다리 전 내무장관과 또 다른 야권 후보인 마르탱 파율루는 각각 23.8%, 34.8%의 지지를 얻었다.

근소한 표차로 2위를 차지한 파율루는 치세케디 후보가 카빌라 대통령의 경제적 이득, 형사 소추 면책 등을 놓고 밀실 거래를 했다면서 '선거 쿠데타'라고 반발했다.

물러날 카빌라 대통령이 자신의 안위를 보장하고 권력 분점을 몰래 합의한 치세케디 후보가 당선되도록 결과를 조작했다는 것이다.

민주콩고에서 영향력이 큰 가톨릭교회는 10일 선관위가 발표한 개표 결과가 교회에서 대선을 감시하며 자체 집계한 수치와 다르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장 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무장관도 "발표된 개표 결과가 실제와 일치하지 않은 것 같다"며 "4만여명을 동원해 대선을 감시한 가톨릭교회가 진짜 당선자를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디디에르 레인더스 벨기에 외무장관 역시 "곧 열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민주콩고의 대선 결과를 논의하고 확인해야 한다"며 의문을 나타냈다.

파율루 후보가 강세인 민주콩고 중부를 중심으로 그의 지지자들이 부정선거에 강하게 항의했다.

카빌라 대통령이 후계자로 지목한 범여권연합 후보인 샤다리 전 장관은 치세케디 후보의 당선에 승복했다.

당초 선관위는 이번 대선 결과를 지난 6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더딘 개표 작업 등을 이유로 일주일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대선 결과가 조작되고 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최종 결과는 새로운 대통령의 취임 선서 사흘 후인 오는 15일 발표될 계획이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도 선거일이 한 주 연기되고 일부 투표소가 공격당하는 등 공정성을 의심할 만한 불안한 상황이 이어졌다.

민주콩고는 독립 이후 오랜 독재와 내전, 폭력사태 등에 시달렸다.

2001년 초 부친인 로랑 카빌라 전 대통령이 암살된 뒤 8일만에 대통령직을 승계한 카빌라 현 대통령은 부정선거 논란 속에서 2006년과 2011년 대선에서 승리해 대통령직을 3번 연임했다.

그의 헌법상 임기는 2016년 12월 끝났으나 권좌에서 물러나지 않았고, 대선은 재정과 치안 문제 등을 이유로 미뤄졌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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