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파수면 감소, 치매 예고 신호일 수도"
(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깊은 수면에 빠져드는 단계인 서파수면(slow-wave sleep)이 짧아지면 치매 예고 신호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수면은 크게 꿈을 꾸는 렘수면(REM: rapid eye movement)과 비(非)렘수면으로 이루어지며 비렘수면은 뇌파의 종류에 따라 4단계로 구성되는데 이 중 3~4단계가 서파수면이다. 서파수면은 가장 깊은 수면으로 신체적 재충전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지는 단계로 알려져 있다.
미국 워싱턴 대학 수면의학센터(Sleep Medicine Center)의 신경과 전문의 브렌던 루시 박사 연구팀이 60세 이상 노인 11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메디컬 익스프레스가 9일 보도했다.
이들 중 80%는 기억력 등 인지기능이 정상이었고 나머지는 인지기능이 약간 떨어지는 노인들이었다.
연구팀은 이마에 부착하는 휴대용 뇌전도(EEG) 모니터로 수면 중 뇌파를 측정하고 밤잠과 낮잠 시간을 기록하게 했다.
이와 함께 요추 천자(spinal tap)로 뇌척수액을 채취하거나 양전자방출 단층촬영(PET)으로 치매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뇌 신경세포의 두 가지 단백질인 베타 아밀로이드와 타우의 상태를 살펴봤다.
뇌 신경세포 표면에 있는 단백질인 베타 아밀로이드가 응집되거나 신경세포 안에 있는 타우 단백질이 엉키면 독성을 띠면서 신경세포를 죽여 치매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결과 서파수면 감소가 타우 단백질 엉킴 증가와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는 성별과 나이를 고려한 것이다.
서파수면이 줄면 비정상 타우와 베타 아밀로이드의 비율이 높아진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치매 발생에 앞서 베타 아밀로이드 응집이 먼저 나타나고 타우 엉킴은 나중에 나타나면서 뇌의 핵심 부위들이 위축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이때부터 뚜렷한 인지기능 저하가 나타난다고 한다.
문제는 인지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이러한 뇌 신경세포의 변화가 나타나기 전에 그 과정을 추적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 연구결과는 수면검사가 요추 천자나 PET 같은 어려운 검사를 대신할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이 될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수면검사가 요추 천자나 PET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겠지만 보완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 연구에서 또 하나 밝혀진 사실은 낮잠도 비정상 타우 단백질 증가와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낮잠을 자주 자느냐고 물어보고 그렇다는 대답이 나오면 수면검사를 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연구팀은 말했다.
서파수면은 아이들의 경우 전체 수면의 약 40%를 차지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점점 짧아져 성인이 되면 25%로 줄어든다고 한다.
서파수면은 새로운 기억을 단기간 저장하는 뇌 부위인 해마에서 장기간 저장하는 전전두피질로 이동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따라서 서파수면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새로운 기억이 해마에만 머무르고 전전두피질에 영구 저장이 되지 않는다. 새로운 기억들이 전전두피질로 옮겨지지 못하면 해마에만 단기적으로 중복으로 저장되기 때문에 건망증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연구결과는 미국의 과학전문지 '사이언스 중개의학'(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 최신호(1월 9일 자)에 발표됐다.
s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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