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누구니?" 굴욕에서 올스타 1위로…2년차 양홍석의 반전
KCC 전태풍도 몰라봤던 양홍석 "이젠 원정 팬들도 알아봐주셔서 신기해요"
최연속 올스타 팬 투표 1위 영광에도 팀 3연패에 '침통'
(인천=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프로농구 부산 kt의 포워드 양홍석(22)은 이번 시즌 개막을 앞두고 지난해 10월 열린 미디어데이의 '깜짝 스타'였다.
전주 KCC의 전태풍이 대기실에서 양홍석을 몰라보고 "너 누구니? 전자랜드 선수니?"라고 물었다는 것을 양홍석이 미디어데이 자리에서 '폭로'했기 때문이다.
전태풍은 자신이 지난 시즌 부상 때문에 경기를 많이 안 뛰어서 몰라봤다고 급히 변명했지만 신인 드래프트 2순위로 kt에 합류해 지난 시즌 경기당 20분씩 44경기나 뛴 양홍석에겐 굴욕 아닌 굴욕이었다.
이후 새 시즌 가장 기대되는 선수를 꼽는 순서에서 미디어데이에 나온 각 팀 선수들은 앞다퉈 양홍석을 지목하며 굴욕을 겪은 후배에게 애정 어린 응원을 보냈다.
상대 팀 선수에게도 낯설었던 양홍석은 그로부터 몇 개월 만에 프로농구에서 가장 빛나는 별이 됐다.
오는 20일 올스타전을 앞두고 진행된 팬 투표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으며 역대 최연소 팬 투표 1위 선수가 됐다.
지난 9일 인천삼산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인천 전자랜드와의 경기 이후 만난 양홍석은 팬 투표 1위의 영광을 안게 된 데 대한 기쁨과 고마움을 표시하며 "아무래도 다른 후보 선수들보다 덜 알려져서 많이 뽑아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겸손하게 말했지만 양홍석은 이번 시즌 인기도, 실력도 가장 눈에 띄게 성장한 선수다.
프로 데뷔 첫해도 나쁘진 않았다.
대학교 1학년이던 2017년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뛰기도 했던 양홍석은 일찌감치 프로 데뷔를 결심하고 드래프트 전체 2순위로 kt 유니폼을 입었다.
지난 시즌 기록은 경기당 평균 7.6득점에 5.0리바운드, 1.2어시스트였다.
준수한 성적이었지만 같은 팀 루키 허훈의 활약에 다소 가려졌고, 결정적으로 팀이 최하위에 머문 탓에 빛을 잃었다. 지난 시즌 신인상은 우승팀 서울 SK의 안영준에게 돌아갔다.
그러나 이번 시즌 확 달라진 kt에서 양홍석도 만개했다.
이번 시즌 평균 득점은 13.0점으로 지난 시즌보다 크게 늘었고 리바운드(6.6개)와 어시스트(1.4개)도 향상됐다. 3점 슛(1.3개)과 스틸(0.9개), 블록슛(0.7개) 개수도 지난 시즌보다 2배가량 늘며 골고루 성장했다.
지난 2라운드에선 처음으로 최우수선수(MVP)로도 뽑혔다.
이젠 10개 구단 선수 중 누구도 양홍석을 몰라보긴 힘들게 된 것이다.
안방인 부산에선 물론이고 원정경기를 가도 알아보는 팬들이 크게 늘었다.
9일 인천 경기 후에도 전자랜드의 어린 팬들이 'kt 11번 양홍석 선수'를 찾아 사진을 요청했다.
양홍석은 "대학에서도 짧게 뛰고 프로로 나온 거라 이렇게 팬들이 알아봐 주시는 것이 마냥 신기하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서동철 감독님이 많이 믿어주시고 기회를 주셔서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폭풍 성장'의 공을 서 감독에게 돌렸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3대 3 농구 대표팀으로 뛰면서 은메달을 합작한 것도 기량 향상에 큰 도움이 됐다고 양홍석은 설명했다.
올스타 팬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한 이후 기분 좋은 나날을 보낼 법도 하지만 kt가 최근 3연패에 빠지면서 양홍석도 웃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전자랜드전에서 양홍석은 데뷔 이후 최다 득점인 27점을 기록했지만 "경기에서 이기지 못해 아무 의미가 없다"고 했다.
출발이 좋았던 두 번째 시즌을 아름답게 마무리하기 위해 양홍석은 "팀이 상위권에서 정규리그를 마쳐 안정적으로 플레이오프를 치렀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올스타전에서 '양홍석 매직팀'을 이끌게 된 그는 토종 덩크왕에도 도전한다.
양홍석은 "아직 경기에서 한 번도 덩크 슛을 보여드리지 못해서 팬분들이 덩크 못 하는 선수로 아시는데 그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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