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버틴 듀오의 힘"…유럽 유명 작가그룹 나란히 전시
'살아있는 조각' 英 길버트&조지, 리만머핀 서울서 첫 한국 개인전
'찡그린 얼굴' 佛 피에르&질, K현대미술관서 대규모 회고전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영국과 프랑스 출신 유명한 현대미술가 듀오들이 나란히 서울을 찾았다.
리만머핀 서울 갤러리(종로구 안국동)와 K현대미술관(강남구 신사동)에서 각각 새해 첫 전시로 소개하는 '길버트와 조지', '피에르와 질'이 그 주인공이다.
두 그룹은 일흔 안팎 고령이지만 도전과 실험을 멈추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작가들이 예술뿐 아니라 삶의 동반자로 반세기를 버텨왔다는 점도 같다.
길버트 프루슈(76)와 조지 패스모어(77)는 1967년 영국 예술학교인 센트럴세인트마틴에서 처음 만나 그룹 길버트와 조지를 결성했다.
이들은 1969년 말쑥하게 양복을 차려입은 채 분장을 하고 포즈를 취한 '노래하는 조각'을 선보였다. 퍼포먼스라는 개념이 뿌리내리지 않은 시절, 스스로 '살아있는 조각'임을 칭한 이들 작업이 미친 파장은 컸다.
그룹은 이렇게 삶과 예술 경계를 무너뜨리는 시도 속에서 종교와 성, 죽음, 사회 부조리 등을 향해 대담한 메시지를 발산했다.
회화와 비디오, 사진, 퍼포먼스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드는 것도 특징이다. 1986년 터너상 수상과 2005년 베니스비엔날레 영국관 대표작가, 2007년 테이트모던 회고전 등이 이들의 위상을 말한다.
10일 개막한 리만머핀 서울 전시는 최근 작업한 '비어드 픽처스' 연작을 소개한다. 맥주 거품, 꽃, 철조망으로 이뤄진 작가 듀오의 상징적인 수염과 오랫동안 함께 산 런던 동네를 산책할 때마다 수집한 각종 이미지를 함께 화면에 배치한 대형 작업들이 걸렸다.
작업은 작가 삶을 그대로 예술에 반영한 작업이면서, 격변하는 도시 풍경을 고찰하려는 시도다. 사회가 금기시하는 이미지들을 더 적나라하게 확대해 보여주는 작업 방식도 여전히 확인한다. 무엇보다 이들 '수염 그림'은 70대 작가들이 그렸다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강렬한 에너지를 뿜어낸다.
전시는 3월 16일까지.
K현대미술관 피에르와 질 전시는 1970년대부터 사진과 그림을 접목한 기법으로 이목을 끈 프랑스 듀오의 화업을 소개하는 회고전이다. 2004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뷰티풀 드래곤' 이후 2번째 대규모 한국 전시다.
1976년 가을 처음 만난 사진가 피에르 코모이(69)와 화가 질 블랑샤르(66)는 곧 공동 작업에 돌입했다. 앤디 워홀, 살바도르 달리, 이브 생로랑, 이기 팝 등을 촬영한 '찡그린 얼굴' 작업은 이들에게 유명세를 안겨다 주었다.
두 사람 역할은 철저하게 분담됐다. 피에르가 촬영한 인물 초상 위에 질이 그림을 그린다. 그림 바깥에 화려한 프레임까지 두르면 사진과 회화, 입체 성격을 동시에 품은 작업이 탄생한다.
화려한 고전회화를 키치로 재해석한 이들 작품은 몽환적이고 아름다우면서도 통속적이고 왠지 모를 슬픔마저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1977년부터 현재까지 제작한 작품 211점을 한데 모아 소개한다. 광고, 패션 사진, 뮤직비디오, 영화 등 프랑스 대중문화 전반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받는 피에르와 질 작업세계를 한눈에 볼 수 있다.
K팝을 즐겨 감상한다는 이들은 가수 씨엘과 탑을 각각 모델로 삼아 그린 작품 2점도 이번 전시에 내놓았다.
전시는 내년 3월 17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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