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 주미EU대사 의전서열 강등에 '발끈'…"외교적 모욕"

입력 2019-01-10 00:13
유럽의회, 주미EU대사 의전서열 강등에 '발끈'…"외교적 모욕"

"트럼프, 대서양관계에 해로운 정책 취해와…분열만 초래"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미국 정부가 작년 연말에 유럽연합(EU)에 통보도 없이 워싱턴 주재 EU 대사의 의전서열을 최하위권으로 강등했다는 언론 보도로 미국과 EU 관계가 더 악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유럽의회의 대미관계대표단은 9일 미 의회에 서한을 보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대서양관계'에 해로운 정책을 취하고 있다면서 이런 정책이 초래하는 분열은 글로벌 경쟁자들에게만 도움이 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앞서 독일 신문 도이체벨레는 작년 말에 미국 국무부가 EU에 알리지도 않고 워싱턴 주재 EU 대사의 의전서열을 강등했다고 보도했다.

도이체벨레에 따르면 예전까지 미국은 데이비드 오설리반 주미 EU 대사를 '대사(Ambassador)'로 예우해왔으나 작년 12월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 장례식 때는 국제기구의 '대표(Representive)'로 예우했다.

의원들은 서한에서 "양측은 서로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면서 "EU 28개국과 미국은 싸우는 대신에 중국이나 러시아, 이란과 같은 국가들의 공통된 도전에 맞서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의원들은 또 트럼프 정부가 출범한 이후 지난 2년간 EU와 미국 관계가 지속해서 악화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지난 수십년간 미국과 EU의 돈독한 관계를 뒤흔들고, EU산 철강제품에 관세를 부과했으며 EU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부과를 위협하고, 양측이 협상해 타결한 이란과의 핵 합의에서 탈퇴해 어려움에 빠뜨렸으며 EU가 추구해온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도 일방 탈퇴했다.

의원들은 이어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정부 내 고위 관리들이 EU를 관료주의적이라고 비판하면서 유럽 내 포퓰리스트와 국수주의 운동을 부추겼다고 불평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의원들은 이번 주미 EU대사의 의전서열을 강등한 '외교적 모욕'이 이런 문제점을 선명하게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의원들은 서한에서 "이러한 조치들은 미국·EU와 경쟁 관계에 있는 글로벌 강대국의 손에 놀아날 뿐"이라면서 "협력을 증진하기보다 더 큰 분열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bing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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