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회생 '협동조합 유치원' 설립의 꿈…새로운 실험의 시작

입력 2019-01-09 14:56
기사회생 '협동조합 유치원' 설립의 꿈…새로운 실험의 시작

유치원 운영위한 건물확보 실패로 한때 허망하게 꿈 접어

경기교육청 '백기사'로 임대건물 주선…내년 3월 개원 목표

(수원=연합뉴스) 이영주 기자 = 현실의 벽 앞에 무너졌던 동탄 협동조합 유치원(부모협동형 유치원) 설립계획의 꿈이 교육 당국의 신속하고 성의있는 대처로 다시 실현의 문턱을 밟게 됐다.

협동조합 유치원은 사립유치원의 비리문제가 불거지자 떠오른 대안 중 하나로, 학부모가 직접 운영하는 유치원의 첫 모델이 될 전망이다.



장성훈 동탄비리유치원사태비상대책위원회(이하 동탄비대위)는 9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얼마 전 포기한 학부모가 운영하는 협동조합 유치원을 다시 추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사립유치원 비리 문제가 불거진 작년 10월부터 협동조합 유치원을 공부하고, 직접 설립하고자 준비에 나선 장 대표는 2개월만에 계획을 접어야했다.

적극적으로 지원해주던 화성시가 유치원으로 활용할 여러 후보 건물을 검토해봤지만 '유치원 시설기준에 적합한 건물이 없다'는 결론에 다다랐기 때문이었다.

건물 임대 없이는 협동조합 신청서조차 제출할 수 없는 터라 아쉽지만, 계획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큰 실망에 빠져있던 장 대표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 건 경기도교육청이었다.

추진 중인 학부모 운영 협동조합 유치원이 무산됐다는 소식을 접한 도교육청 유아교육과 최인실 과장은 곧바로 '비상회의'를 소집해 협동조합에 임대 가능한 건물을 물색했다.

학부모들이 협동조합 설립을 위한 모든 절차를 준비해놨는데 임대할 건물이 없다는 이유로 계획을 포기해야 한다는 상황을 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검토 끝에 올 3월 개교 예정인 동탄16초 옆에 공사 중인 복합시설문화센터 '이음터'가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한 도교육청은 건물 소유권을 가진 화성시와 협의를 시작했다.

이음터 건물은 도교육청이 시에 부지를 무상임대해주면서 공사가 시작된 것이라, 시가 협동조합 유치원으로 임대할 경우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상 전대(재임대) 금지 규정에 저촉될 가능성이 있어 애당초 후보지로 오르지 않았다.

최 과장은 "건물 위치와 소방시설 등을 고려했을 때 이 건물이 유치원 용도로 적합해 자문 변호단과 행안부에 법률 검토를 의뢰했더니 다행스럽게도 공유재산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회신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도교육청의 발 빠른 대처로 장 대표는 협동조합 유치원 계획을 약 열흘만에 되살려 재추진하기로 했다.

이날 오후엔 주민센터에서 협동조합 유치원 설명회를 개최하고, 10일에는 창립총회를 열기로 했다.

이후 협동조합 설립 승인 절차를 밟은 뒤 올 10월께 정식으로 조합원을 모집, 내년 3월 개원하는게 목표다.

공백기간에는 시의 도움을 받아 뜻이 맞는 학부모들과 함께 공동육아 형태로 자녀들을 돌볼 생각이다.

장 대표는 "일이 이렇게 풀릴 거라고 기대조차 하지 않았다. 노력해준 경기도교육청과 화성시의 도움이 컸다"고 했다.

사회적 협동조합인 부모협동형 유치원은 학부모들이 결성한 조합이 설립자가 되고 조합원인 학부모가 유치원 설립과 운영 전반에 공동 책임자로 참여하는 새로운 형태의 유치원이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이날 가진 신년 기자회견에서 "(동탄의 협동조합 유치원은) 전국 첫 사례가 될 것이다. 공공형 유치원으로 역할 할 수 있도록 만들어가겠다"며 적극적인 지원 의지를 밝혔다.

young8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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