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멕시코 국경 위기 커지고 있어…57억弗 장벽 세워야"(종합)
백악관 대국민연설서 의회에 촉구…'비상사태'는 선포 안해
(워싱턴=연합뉴스) 강영두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멕시코 국경에서 인도주의적 위기는 물론 안보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며 57억 달러(한화 약 6조3천900억원 상당) 규모의 국경장벽 건설 예산을 편성해 줄 것을 의회에 거듭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밤 백악관 집무실에서 한 대국민 연설에서 "남쪽 국경에서의 통제되지 않는 불법 이민으로 인해 모든 미국민이 상처받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남쪽 국경에서 인도주의적 위기, 안보적 위기, 마음의 위기가 증가하고 있다"며 "매일 세관 및 국경순찰 대원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오려는 수천 명의 불법 이민자들과 대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제공]
트럼프 대통령은 "장벽은 국경 안보에 절대적으로 중요하고, 미국민이 피 흘리는 것을 중단시킬 것"이라며 "장벽이 필요하다는 것은 상식"이라고 강조했다.
장벽의 재질과 관련해 애초 콘트리트 장벽을 원했던 그는 민주당의 요구에 따라서 강철(steel)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장벽 건설 예산을 둘러싼 민주당과의 갈등으로 빚어진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사태와 관련, 그 이유를 "민주당이 국경안보에 예산을 주지 않고 있는 단 하나 이유 때문"이라며 민주당 탓으로 돌린 뒤 그 해법은 민주당이 예산을 통과시키고 정부 문을 다시 여는 것 뿐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이날 연설에서 그간 민주당에 대한 압박카드로 내세웠던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진 않았다.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면 국방부 예산과 병력을 동원해 장벽을 건설할 수 있다.
그는 지난 4일 백악관에서 민주당 지도부와 회동한 뒤, 장벽 예산을 얻지 못하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겠다고 말했으나, 민주당은 "권한 남용에 대해 수많은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장벽 문제 해결을 위해 오는 9일 의회 지도부와 백악관에서 회동할 것을 제안했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민을 인질로 잡고, 장벽 예산을 요구하고 있다고 비판을 가했다.
민주당 소속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트럼프 대통령 연설 후 기자회견을 열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국민을 인질로 잡고 위기를 조장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며 대통령의 연설이야말로 "마음의 위기"라고 주장했다.
셧다운 사태 18일째를 맞은 이날 밤 늦게까지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이 날 선 공방을 이어감에 따라 연방정부 업무 중단 사태의 장기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국민연설은 방송 프로그램의 황금시간대인 오후 9시께부터 약 10분간 진행됐으며, ABC, CNN, 폭스뉴스 등 주요 지상파와 뉴스 채널을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됐다.
그가 2017년 1월 취임한 후 집무실에서 대국민 연설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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