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생존자 모창민 "나만 살 수 없어…제도 개선 필요"

입력 2019-01-09 10:13
FA 생존자 모창민 "나만 살 수 없어…제도 개선 필요"

"FA 한파는 구조적 문제…준척 FA들의 이적 활성화돼야"



(창원=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시장이 생각보다 안 좋네요. 너무 안 좋아요."

NC 다이노스 모창민(34)은 지난해 11월 28일 원소속 구단 NC와 3년 20억원에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체결했다. 2018-2019 비시즌 1호 FA 계약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 계약의 가치가 이렇게 큰 것인 줄 모창민은 생각도 못 했다.

8일 NC 시무식을 마치고 창원 마산구장 더그아웃에서 만난 모창민은 "그때는 계약을 잘했다고만 느꼈는데, 지금 생각하면 대박 수준이다. 양의지, 최정, 이재원 등 대형 FA 말고 준척급에서는 저만 계약했다. 저는 진짜 대박이다"라고 말했다.

2018시즌 후 FA 시장에 나온 선수 15명 중 계약에 성공한 선수는 이들 4명이 전부다.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는 표현이 그대로 들어맞는 상황이다.

모창민은 생애 첫 FA 자격을 얻고 계약에 관한 부분을 에이전트에게 모두 위임했다. 에이전트에게서 협상 중인 내용을 전달받은 그는 '내 기대치와 비교해 만족한다. 빨리 계약하고 운동하고 싶다'고 답하고 바로 계약서에 사인했다.

모창민은 "구단에서 좋은 대우를 해주셔서 너무 편하게 운동하고 있다. 일찍부터 몸을 만들고 있어서 좋다"며 웃었다.

모창민이 FA 한파를 뚫고 훈훈한 겨울을 보내고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일단 NC 구단은 모창민과 계약 후 "한 방을 갖춘 강타자이자 여러 포지션이 가능한 선수"라며 "모범적인 선수 생활을 대표하는 좋은 사람으로 동료와 선후배를 이끌며 팀을 뭉치게 하는 역할도 더욱 기대한다"고 밝혔다.

타자로서 실력뿐 아니라 성실성과 리더십에서 큰 점수를 받았다.

이에 대해 모창민은 "저 자신에게 게으름 피우지 않고 항상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야구한 것을 구단이 좋게 생각해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 책임감이 더욱더 크다. 구단이 바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전에는 야구만 했는데 이제는 후배와 팀을 이끌어 가야 한다는 책임이 더 크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모창민은 "내가 계약했다고 해서 뒤로 빠지면 나쁜 놈"이라며 FA 한파가 불어닥친 이유가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라고 소신 있게 지적했다.

타 구단에 있던 FA를 영입한 구단은 해당 선수의 전 소속구단에 보상선수를 내주거나 전년도 연봉의 300%를 보상해야 한다. 이 규정 때문에 준척급 FA가 시장에서 외면받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모창민은 "개선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구단이나 프로야구선수협회가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의견을 맞춰서 좋은 합의점을 찾고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그래서 대박 FA뿐 아니라 준척 FA들의 이적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FA 제도를 개선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KBO는 지난해 9월 FA 총액 상한제와 등급제 등을 포함한 제도개선안을 선수협에 제시했다. FA 상한액을 4년 총액 80억원으로 정하고 계약금은 총액의 30%를 넘길 수 없다는 게 골자다.

그러나 선수협은 논의할 시간이 부족하고 독소조항이 포함돼 있다며 제도개선안 수용을 거부했다.

모창민은 "선수들의 생각이 각자 다르기 때문에 선수협 내부 의견을 제가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구단이 일방적으로 상한선을 정한 것이어서 선수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워한 것 같다. 선수들에게 먼저 이야기를 해야 했던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선수협 회장 자리가 공석인 것은 합의점 도출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게 모창민의 생각이다.

그는 "회장이 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 지금은 합의점을 빨리 찾아서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욕심을 조금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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