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보우소나루 대통령 '미군기지 설치' 입장 사실상 철회
"임기 내 설치 추진하지 않을 것"…군부 반발·여론 악화 고려한 듯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자국 내 미군기지 설치 입장을 사실상 철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군부의 반발과 부정적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8일(현지시간) 브라질 일간 폴랴 지 상파울루에 따르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페르난두 아제베두 이 시우바 국방장관을 통해 자신의 임기 중에 미군기지 설치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메시지는 국방장관을 통해 군부 최고위 인사들에게도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중대한 외교·국방 사안을 놓고 신중하지 못한 발언을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앞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난 3일 브라질 SBT TV와 회견을 통해 "러시아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독재정권을 지원하면서 역내 긴장을 크게 증폭시켰다"면서 브라질에 미군의 주둔을 허용하는 문제에 관해 협의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에르네스투 아라우주 외교장관도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브라질에 미군기지 설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면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미군기지 설치 문제를 협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미군기지 설치 발언을 환영하고 나서면서 가능성이 주목받았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6일 브라질 일간 에스타두 지 상파울루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제안에 만족하며, 미국 정부도 바라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브라질 국방부와 군부 내에서는 미군기지 설치 문제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들은 미군기지 설치에 따른 브라질 군의 득실을 따지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고, 군 장성들도 보우소나루 대통령 발언의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갖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남미지역에서 브라질, 콜롬비아, 페루와 군사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콜롬비아와 페루에서는 미군기지가 운용되고 있다.
브라질은 아프리카와 남대서양에 대한 접근권 때문에 북동부 해안이 일정 수준의 전략적 의미를 갖는 것으로 평가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은 브라질 북부와 북동부 지역에 일시적으로 군사기지를 설치·운용했으나 전쟁이 끝난 후 효용성이 없다며 폐쇄했다.
fidelis21c@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