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의 반대입김?…금융규제 전문가, 美연준 이사후보 사퇴
금융위기후 규제설계…"월가 물밑반대·의회는 일정 보이콧"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로 지명된 넬리 량(60)이 내정자 지위에서 물러났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량은 7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연준 이사 후보에서 내 이름을 빼기로 결정했다"며 "인준 절차가 길어질 가능성 때문에 직업적으로 너무 오래 어중간한 상황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형식은 자진 사퇴였으나 미국 금융업계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량이 2008년 미국과 세계를 강타한 글로벌 금융위기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탁월할 역량을 발휘한 규제 전문가였기 때문이다.
그는 2010년 연준에 금융안정부를 설립해 이끌면서 미국 금융업계와 이들의 지원을 받는 공화당 정치인들이 과도하다고 생각하는 금융규제를 도입하는 데 힘을 보탰다.
미국 은행들이 심각한 경기 하강기를 견뎌낼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스트레스 테스트'를 해마다 치르도록 한 것도 량이 기획한 정책이었다.
량은 2년 전 연준을 떠나 권위 있는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에서 활동해왔다.
연준의 금융안정 기능은 최근 들어 더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런 추세를 고려해 량을 작년 9월 연준 이사로 지명했다.
그러나 상원 은행위원회는 량에 대한 인준 청문회 날짜를 잡지도 않았다. 결국 미국 115대 의회가 이달 막을 내리면서 량에 대한 백악관 지명은 효력이 만료됐다.
연준 의장을 포함한 이사 7명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상원이 인준하는 방식으로 선임돼 미국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활동한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량의 낙마와 관련, "그가 금융규제를 과도하게 선호한다는 금융업계뿐만 아니라 월스트리트(미국 금융가)의 우려에 동조하는 상원 의원들의 반대가 있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원들이 금융위기 이후 도입된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공약했고 금융업체들은 량이 그런 계획을 지지하지 않는다며 물밑으로 반대 운동을 벌였다고 전했다.
백악관은 "우리는 량을 지지했고 훌륭한 연준 이사가 될 것으로 믿었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블룸버그 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백악관이 사퇴를 압박하지는 않았다고 보도했다.
연준 이사진은 현재 2명이 공석이다.
마빈 굿프렌드 카네기멜런대 경제학 교수도 연준 이사로 지명됐는데 인준 청문회가 열리지 않았다.
백악관은 의회의 새 회기에 맞춰 그에 대한 재지명을 추진할 수 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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