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열차 타고 中향한 김정은…하늘길·땅길 가리지 않아

입력 2019-01-08 15:44
수정 2019-01-08 16:35
다시 열차 타고 中향한 김정은…하늘길·땅길 가리지 않아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처음 중국을 방문했을 때처럼 이번에도 특별열차를 이용해 중국을 찾았다.

8일 오전 10시 55분(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역에 도착한 특별열차는 김 위원장이 지난해 3월 중국 땅에 발을 처음 디뎠을 때 탔던 열차와 동일한 모습이다.

김 위원장은 북미정상회담을 전후로 지난해 5월과 6월 중국을 두 차례 더 찾았는데 이때는 모두 전용기를 사용했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김 위원장이 이번 4차 방중에서 이동수단으로 비행기와 열차 중 굳이 후자를 선택한 대목에서는 '시간에 쫓기고 있지 않다'는 뉘앙스가 읽힌다.

2차 북미정상회담이 코앞으로 다가왔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즉각적으로 반응하기보다는 시진핑(習近平) 주석을 직접 만나러 가면서 다양한 수를 계산하는 모양새를 내비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1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나는 앞으로도 언제든 또다시 미국 대통령과 마주 앉을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고,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날 김 위원장이 보내온 친서를 공개하며 머지않아 회담이 열릴 것이라고 소개했다.



김 위원장이 아버지와 달리 특정 교통수단을 고수하지 않는다는 '열린 지도자'의 이미지를 내세워 차별화를 시도하려는 의도도 읽힌다.

고소공포증이 있다고 알려진 김정일 위원장은 집권 후 지방 시찰은 물로 중국·러시아 등 외국을 방문할 때도 열차를 애용했다.

김정일 위원장은 납치나 폭발 등 예기치 않은 사고가 발생했을 때 대처하기 수월하다는 이유에서 항공편보다 기차를 선호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런 아버지와 달리 김 위원장은 지방을 방문하거나 평양 건설현장을 시찰할 때 비행기를 이용하는 모습을 적극적으로 북한 매체에 공개해왔다.

심지어 김 위원장이 직접 경비행기 조종석에 앉아 비행기를 운전하는 모습을 조선중앙TV에 공개하며 과감한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2차, 3차 방중 때는 모두 전용기 '참매 1호'를 이용한 점을 고려해 김 위원장이 앞으로 국제무대에서 전용기를 활용해 활발한 외교를 펼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왔다.



안병민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은 위원장이 외국을 방문하려면 전용차, 경호원, 의료진과 구급 차량 등 다양한 지원 인원과 장비가 필요한데 이를 수송하려면 열차가 훨씬 수월하다"고 밝혔다.

그는 "열차로 단둥에서 베이징까지 이동하려면 11시간 정도가 걸린다"며 "신변안전을 우선시해 열차를 이용한 김정일 위원장과 달리 김정은 위원장은 장시간 걸리는 이동과정에서 뉴스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3월 25∼28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할 때 전용 열차를 타고 이동했고, 5월 7∼8일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과 6월 19∼20일 베이징을 재방문할 때는 전용기를 이용했다.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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