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따라 웃고 울고"…삼성전자 실적 고공행진 '급강하'

입력 2019-01-08 09:37
수정 2019-01-08 15:07
"반도체 따라 웃고 울고"…삼성전자 실적 고공행진 '급강하'

반도체 영업익이 전체의 4분의 3 차지…작년 영업이익률 24.2%

4분기 반도체 흑자 10조 하회…연말 상여금도 등도 실적에 부담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기자 = 삼성전자[005930]가 지난해 창립 이후 최고 실적을 거둔 데에는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슈퍼호황'이 예상보다 장기화한 게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반도체 고점' 논란이 이미 재작년부터 시작됐지만 지난해 3분기까지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전세계 반도체 업계 선두주자인 삼성전자는 거의 매분기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해 매출 243조5천100억원과 영업이익 58조8천900억원은 우리 기업사에서 말 그대로 '전인미답'의 기록이다.

그러나 지난해 4분기부터 메모리 반도체 공급 과잉에 따른 가격 하락세가 본격화하자마자 신기록 행진에 '급제동'이 걸리면서 그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반도체 편중'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삼성전자, '60조 흑자 시대' 개막 미뤘다…4분기는 실적 충격 / 연합뉴스 (Yonhapnews)

◇ 영업익 60조원 육박에도 '씁쓸한 뒷말'…하루 1천600억원 수익

삼성전자는 2017년에 이어 지난해에 또다시 '트리플 크라운'을 기록했다. 2017년 매출 239조5천800억원과 영업이익 53조6천억원으로, 이전 최고치였던 2013년 기록을 깬 데 이어 지난해에는 이마저도 넘어섰다. 순이익도 또다시 신기록을 수립할 게 유력시된다.

'수훈갑'은 단연 반도체다.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활황 속에서 기술 초격차를 무기로 한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이 상승효과를 내면서 '미증유'의 실적을 일궈냈다.

이날 발표된 잠정실적에서 사업부문별 성적이 공개되진 않았으나 지난해 반도체 사업의 영업이익만 40조원을 훌쩍 넘기면서 전체의 약 4분의 3을 차지한 것으로 업계는 추정했다.

매출에서 영업이익이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하는 영업이익률은 24.2%에 달해 전년(22.4%)에 세웠던 신기록을 또다시 갈아치웠다.

100원어치를 팔아 24원 이상을 남긴 셈으로, 통상 한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보이는 제조업에서는 경이적인 기록이다. 특히 주력인 D램 부문의 경우 영업이익률이 무려 60%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면서 최고의 '알짜 사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벌어들인 영업이익은 하루 1천613억원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수치다. 시간당 67억2천만원, 분당 1억1천200만원으로, 시계 초침이 한 번 움직일 때마다 187만원의 이익이 생긴 셈이다.



◇ 상승세 꺾인 4분기…반도체 '다운턴'에 스마트폰도 '부진'

삼성전자가 지난해 3분기 역대 최고 실적을 발표할 때만 해도 '연간 매출 250조원·영업이익 65조원'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4분기 실적이 기대에 훨씬 못 미치면서 실제 수치는 낮아졌다.

이는 신기록 행진을 주도했던 반도체 사업에서 영업이익이 전분기보다 대폭 줄어들 것으로 추정되고, 스마트폰과 디스플레이 사업도 흑자 폭을 확대하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사업 부문별로는 QLED TV 등 프리미엄 제품을 내세운 소비자가전(CE) 부문이 비교적 선전했지만 반도체 등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과 스마트폰 등 IT·모바일(IM) 부문은 모두 영업이익이 줄었을 가능성이 크다.

이와 함께 연말 상여금으로 8천억∼1조원의 비용 발생이 생긴 것도 영업이익 감소의 요인으로 지목됐다.

물론 분기 영업이익 10조원대는 2년 전만 하더라도 상상하기 어려운 엄청난 수치다. 그러나 2017년 1분기 이후 최저치인데다 특히 전분기 17조5천700억원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깬 직후여서 충격은 더했다.

올해 실적 전망은 엇갈린다. 일단 상반기까지는 약세가 이어진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지만 하반기 회복 가능성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삼성전자가 주도하는 반도체 산업이 우리 경제를 떠받쳤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놀라운 성적을 거뒀다"면서 "그만큼 작년 4분기부터 시작된 하강곡선은 삼성전자는 물론 우리 경제에도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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