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황인범, 벤투호의 '리틀 기성용'으로 우뚝

입력 2019-01-08 06:03
[아시안컵] 황인범, 벤투호의 '리틀 기성용'으로 우뚝

필리핀전 후반 기성용과 교체 투입 후 공격에 날카로움 더해



(두바이=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준비된 자에게 찾아온 기회였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황인범(대전)이 벤투호에서 '리틀 기성용'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8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알 막툼 스타디움. 59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하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필리핀을 상대로 조별리그 C조 1차전을 치르던 중 후반 9분 상대 진영 페널티 지역에서 기성용이 허벅지를 잡고 쓰러졌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이날 C조 최약체로 손꼽히는 필리핀을 맞아 골 폭풍을 몰아칠 것으로 예상됐지만 전반전 내내 상대의 밀집 수비를 제대로 뚫지 못해 득점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전반을 득점 없이 마치고 후반전에 나선 벤투호가 기성용의 부상 악재까지 만나면서 더 어려운 결과가 예고됐다.

후반 9분 만에 기성용이 오른쪽 햄스트링에 통증을 느껴 더는 경기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벤투 감독은 재빠르게 벤치에서 대기하던 황인범을 투입했다.

공교롭게도 황인범이 공격 전개의 중심을 맡으면서 벤투호엔 공격의 날카로움이 살아났다.

황인범은 중원에서 좌우 측면으로 볼을 돌려주는가 하면 날카로운 침투 패스로 공격진을 거들었다.

필리핀전을 앞둔 황인범은 누구보다 의욕을 불태웠다. 지난 1일 사우디아라비아 평가전에서의 부진 때문이었다.

황인범은 지난 1일 사우디아라비아와 평가전에서 선발로 나섰지만,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주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당시 43일 만에 실전에 나섰던 터라 황인범은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는 데 애를 먹었고, 벤투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과 교체시켰다. 황인범으로서는 아쉬움이 크게 남은 경기였다.

하지만 황인범은 사우디 평가전의 교훈을 잊지 않았고, 갑자기 찾아온 기회를 이번에는 놓치지 않았다.

황인범은 경기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기성용 선배의 부상으로 갑자기 투입됐다고 하지만 그렇지는 않다"라며 "항상 선발이 아니어도 경기장에서 뛰고 있다는 생각으로 벤치에서 준비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반전이 끝나고 벤투 감독님이 조금 일찍 몸을 풀라는 지시를 했다"라며 "언제든 투입될 준비가 돼 있었다. 그래서 그라운드에 나섰을 때 호흡에도 문제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황인범은 "제가 들어가서 경기가 풀렸다기보다는 필리핀이 전반에 많이 뛰면서 후반에 지쳐 공간이 많이 생긴 측면도 있다"라며 "그라운드에서 최대한 볼을 많이 받아주고 전개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덧붙였다.

horn9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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